인천의 ‘2026년 청사진’, 거대한 희망인가 치밀한 선거 공학인가

인천시가 2026년을 목표로 ‘교통·해양·항공’ 분야의 거대한 청사진을 내걸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E) 노선 착공, 인천 신항 완전 개장, 백령공항 건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프로젝트들이 나열됐다. 표면적으로는 인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시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장밋빛 약속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화려한 계획의 이면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돈’이다. 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의 재원 조달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다. 국비와 시비, 민간 자본의 분담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특히 시 재정 부담은 어느 정도이며, 이를 감당할 여력은 충분한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추진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과거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개발 공약을 남발했다가 재정난에 허덕이거나 사업이 좌초되었던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인천시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문제는 단순히 재정적 불확실성에 그치지 않는다. 이 거대한 개발 계획이 과연 ‘모든’ 인천 시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부재한다. GTX 노선은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혜택이 신도시와 특정 수혜 지역에 집중되면서 원도심을 비롯한 소외 지역과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은 없는가? 도시의 균형 발전을 위한 고민 없이 속도와 규모에만 매몰된 개발은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을 낳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인천 신항과 공항 확장은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 소음 공해, 그리고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과연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더욱 구조적인 문제는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결정되는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계획들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소수의 관료와 정치인들에 의해 ‘발표’되는 방식은 지극히 전근대적이다. 이는 내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소수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잠재적인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밀실 행정 속에서는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 이는 곧 내부고발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에 의존해야만 문제가 드러나는 후진적 구조를 고착화시킬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성된 청사진의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계획 수립 단계부터 시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발표 시점인 2025년 말, 그리고 목표 시점인 2026년은 공교롭게도 다음 지방선거와 맞물린다. 이는 인천시의 발표가 순수한 정책적 비전 제시라기보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한다. 거대한 개발 공약만큼 선거에서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드물다. 그러나 그 약속이 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계획, 그리고 철학적 고민 없이 던져진 ‘공수표’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화려한 구호 뒤에 감춰진 수많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거대한 계획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무슨 돈으로 실현할 것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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