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좀비’ 발언, 사법 리스크의 정치화…대법원 판결 앞둔 ‘이중전선’의 향방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향해 ‘좀비’라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총선과 지선에서의 ‘격퇴’를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분석된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피고인이자 유력 정당의 대표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법원과 정치권 모두에 복잡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타임라인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끈 수사 끝에 그는 장관직에서 사퇴하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과 2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리적으로는 사실심(Fact-finding)이 종결되고 법률심만을 남겨둔 상태다. 통상 이러한 상황의 정치인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정치적 활동을 최소화하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을 창당, 비례대표 12석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원내 3당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정치적 재기는 자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정치적 박해’ 프레임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독재 심판’이라는 구호는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을 결집시켰고, 그의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정치적 자산으로 변모했다.

이번 ‘좀비’ 발언은 이러한 정치적 자산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여당을 반사회적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자신과의 싸움을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지지층을 더욱 견고히 하고, 다가올 지방선거와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동시에 이는 대법원을 향한 무언의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법조계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판결의 예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도한 정치 행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결과를 정치적 힘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법 절차와는 별개로, 국민의 심판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대법관들이 이러한 정치적 공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점이다.

조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야권 전체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선명한 대여 투쟁 노선이 반윤 전선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면서도, ‘조국의 사법 리스크’가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조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야권 전체가 사법 시스템을 불신하는 집단으로 비칠 수 있는 부담도 존재한다.

결국 조 대표는 법정과 정치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고 있다. 정치적 공세 수위를 높여 지지층을 결집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정치 탄압’의 결과물로 규정하려는 전략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의원직을 잃고 수감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최대한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해 둔다면, 설령 법적인 족쇄가 채워지더라도 ‘정치적 순교자’로서의 상징성을 획득하고 옥중 정치를 통해 영향력을 이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이라도 이끌어낸다면, 그는 정치적 탄압을 이겨낸 투사로 자리매김하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다.

‘좀비’ 발언은 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법원 판결이라는 외나무다리를 건너기 전 던진 가장 강력한 승부수다. 이제 법원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기 시작했다. 사법부의 최종 결정과 유권자들의 정치적 판단이 어떻게 교차할지, 한국 정치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다가오고 있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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