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의 명암: 축포 뒤에 가려진 잠재적 리스크를 해부한다
2025년 12월 4일,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탈환했다. 9거래일 만의 회복이자, 시장 참여자들의 오랜 염원이 현실화된 순간이다. 연일 이어진 상승 랠리에 증권가는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이 현상을 법조 기자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해부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지수 이면에 가려진 잠재적 위험 요소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환호는 언제든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숫자 달성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력과 잠재적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난 복합적인 ‘재판’과 같다.
우선 이번 랠리를 이끈 ‘긍정적 증거’들은 명확하다. 첫째,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의 안정이다. 길고 지루했던 미 연준(Fed)의 고금리 기조가 마침내 완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회귀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둘째, 반도체를 필두로 한 국내 주력 산업의 압도적인 실적 개선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K-반도체는 독보적 지위를 재확인했으며, 2차전지,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가시화되며 외국인 자금이 기록적인 순유입을 기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이 세 가지 핵심 증거는 ‘코스피 4000’이라는 판결의 유력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유죄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한 ‘의심스러운 정황’과 ‘반대 증거’들이 속속 발견된다.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임계치를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자산시장 활황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을 재점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 신호다. 현재의 상승장이 견고한 실물 경제 회복이 아닌, 부채가 만들어 낸 유동성의 착시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만약 외부 충격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거나 자산 가격이 조정받을 경우, 취약한 연결고리인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
둘째,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다. 이번 지수 상승의 이면을 살펴보면,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관련 소수 대형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증시의 체질이 여전히 일부 수출 주도형 대기업의 업황에 좌우되는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AI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유탄이 K-반도체에 또다시 쏟아질 경우, 지수는 언제든 동력을 잃고 추락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단 한 명의 핵심 증인에게만 의존하는 재판과 같다. 그 증언이 흔들리는 순간, 사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현재의 외국인 순매수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이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에 그치고, 장기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법과 제도의 강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율적인 개혁 약속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피고인의 ‘반성문’이 진심인지, 아니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인지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의 딜레마와 같다.
결론적으로, 코스피 4000선 돌파는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외면해 온 구조적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중대한 사건이다. 시장은 표면적인 증거에 환호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가계부채, 산업 편중,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강력한 반대 증거들이 존재한다. 현재의 상승 랠리가 지속 가능한 ‘판결’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부채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 신성장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라는 까다로운 과제들이 해결되어야만 한다. 축포 소리에 취해 잠재적 위험 신호를 무시하는 순간, 시장은 예기치 못한 ‘항소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종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