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해산 검토, ‘아베의 유령’과 한미일 지정학의 시험대
이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종교재단의 해산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단순히 국내 정치의 지형을 흔드는 선언을 넘어, 동북아 지정학의 민감한 균형점을 건드리는 외교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 표적이 사실상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으로 명확해지는 순간, 이 문제는 2022년 여름 나라현에서 울렸던 총성과 겹쳐지며 복잡한 국제관계의 연립방정식으로 전환된다.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살 사건을 되짚어봐야 한다. 아베의 죽음은 일본 사회에 통일교와 집권 자민당 간의 수십 년에 걸친 유착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일본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스캔들로 비화했고,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여론의 압박 속에서 결국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즉,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본에서 시작된 정치적 지진의 ‘지연된 여진’ 성격을 띤다. 한국에서 발원한 종교단체가 일본 정치의 심장부에서 거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그 후폭풍이 다시 본원인 한국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국제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층위의 계산과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다. 우선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가 되면서 양국 간 현안에서 예상치 못한 협력의 공간을 열 수도 있다. 일본 내 반(反)통일교 여론에 편승함으로써, 과거사 문제 등 전통적 갈등 요소를 희석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통일교가 한국에 뿌리를 둔 단체라는 점에서, 이를 한국 정부가 직접 해산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내 보수 세력에게 미묘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또한, 통일교 문제를 고리로 한 양국 정부의 공조가 자칫 내정간섭이라는 또 다른 비판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복잡한 변수는 미국이다. 통일교는 냉전 시대부터 반공주의를 기치로 미국 보수 정치권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워싱턴 타임스를 소유하는 등 막강한 미디어 영향력을 구축했으며,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도 여전히 건재하다. 한국 정부의 조치가 통일교의 미국 내 자산과 영향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경우, 이는 한미동맹의 보이지 않는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후원자 중 하나로 기능해 온 조직을 압박하는 것은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국가안보와 동맹이 최우선시되는 한국의 외교 기조에서 이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초국가적 비정부 행위자(Transnational Non-state Actor)의 일탈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해당 행위자가 수십 년간 타국 정치, 경제,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며 형성한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의 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지정학적 질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을 수 있으나, 그 파급 효과는 필연적으로 서울, 도쿄, 워싱턴을 잇는 힘의 삼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일교 해산이라는 칼을 빼 든 한국 정부는 이제 국내법의 잣대뿐만 아니라,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정한 국제 무대 위에서 그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