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돌’의 새 판, K팝과 근력의 접점 – 샤이니 민호·김종국·비가 만든 장면들

스튜디오의 큼직한 조명이 번쩍인다. 순식간에 카메라 초점 한가운데로 등장하는 민호, 옆으로 흐르는 조명 아래 김종국이 우람한 어깨를 흔든다. 뒤이어 비가 쿵쾅이는 템포에 맞춰 움직이며 등장한다. ‘살롱드립’에서 한 장면, 가요계에서 헬스장까지 삼켜버린 세 명의 남자 아이돌, 그리고 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교차한다. 무엇이 이들을 한 데 모은 것일까?

현장에서 직접 느껴지는 공기는 묘하게 기름졌다. 바벨과 덤벨, 삼두의 잔근육, 땀을 닦으며 스튜디오를 오가는 이들의 눈빛이 단순한 아이돌 예능 이상의 무게를 뿜어낸다. 샤이니 민호는 콤팩트한 근육미로, 김종국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철 체력으로, 비는 꾸준한 운동법과 ‘나도 된다’는 메시지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이 세 명의 우람한 피지컬은 단순히 ‘멋있음’의 서사를 넘어서, 점점 K팝 스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만남은 하나의 ‘헬스 신화’이자 대중문화 흐름의 확장점이다.

아이돌에게 ‘운동’이란 단어는 한때 무대 퍼포먼스를 위한 준비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운동이 ‘개성’이 되는 장면이 많아졌다. 예능에서 이들의 운동 루틴이 짧은 영상으로, 혹은 소셜미디어에서 밈처럼 회자된다. 실시간 인기검색어 상위에는 ‘샤이니 민호 복근’, ‘김종국 어깨’, ‘비 홈트’와 같은 키워드가 오르내린다. 팬들은 이들의 근육 성장 과정을 함께 응원한다. 카메라는 현장을 훑고, 막간마다 전신거울 앞에서 담아내는 자신감 넘치는 포즈들이 이어진다.

이상적인 스타상이 근육질 몸매로 고도화되는 흐름은 K팝 산업의 생존법과 맞물린다. 글로벌 무대에서 아시아 남성의 이미지를 확장시키고, 건강한 자기관리의 롤모델을 표방한다. 동시에, 무대 밖 현실에서 자신도 운동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비는 SNS에서 직접 운동 영상을 찍어 올리고, 김종국 역시 ‘주먹이 운다’와 같은 예능에서 근력을 내세운 캐릭터로 소비된다. 팬덤 역시 트레이닝 관련 제품 광고와 PR, 헬스장 인증샷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흐름에 동참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헬스돌’이란 신조어는 단순한 장르 구분이 아니라 현장 스토리의 축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탄이 섞인 촬영장 스태프의 속삭임, 체감되는 무게감, 현장에서 직접 교차하는 의지와 피로, 땀방울의 의미까지. 샤이니 민호는 한 인터뷰에서 “운동은 나의 자신감, 무대 위 자세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김종국은 “짐에서의 루틴이 곧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말을 남겼다. 비 역시 “매일 쌓아가는 근육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기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피지컬 서사는 흥미롭게도 K팝 팬덤 문화의 새로운 지점으로 번진다. 단순한 노래·춤 응원을 넘어 건강한 삶에 대한 집단적 동기부여와 실천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팬들은 팬클럽 활동과 연계해 단체 PT, 건강 챌린지, 온라인 스트리밍 운동 캠페인 등 자발적으로 운동문화를 확산시킨다. 이는 단순 소비를 넘어 팬과 스타, 그리고 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다른 연예인들도 이런 흐름에 합류하면서 가요계 ‘피지컬 트렌드’가 가속화된다. 몬스타엑스 셔누, SF9 로운, NCT 태용 등도 특유의 운동법과 피트니스 이미지를 적극 노출하며 자체적인 팬덤을 구축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헬스로 다진 ‘바디 프로필’이 신곡 활동과 연결된다. 음악 방송의 현장도 바뀌었다. 무대 뒤, 출연자 대기실의 덤벨세트와 폼롤러, 실시간 SNS 라이브에서 공개되는 운동 루틴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문화적 층위도 복합적이다. 동양인에 대한 서구적 신체기준의 수용, 혹은 도전이라는 해석도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각자의 체형에 맞는 건강함을 강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민호, 김종국, 비가 각자의 사정과 목표에 따라 다른 루틴, 다른 동기부여로 바벨 앞에 선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지금의 피지컬 서사는 대중음악계가 무대 밖 현실과 연결되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다. 운동이라는 화두가 단순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자기관리, 팬과의 약속, 그리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진다. 카메라 시야에 잡히는 이들의 모습, 땀과 근력이 겹치는 현장, 그리고 그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K팝과 대중문화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정점을 찍는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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