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외국인 ‘역대급’ 매도 폭풍, 12월 증시 ‘산타 랠리’는 오는가
11월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의 역대 최대 규모 순매도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연말 상승장에 대한 기대, 이른바 ‘산타 랠리’를 앞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12월 증시의 향방은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와 국내 기업 펀더멘털의 복합적인 함수 관계 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핵심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일시적 차익실현인지, 혹은 구조적 추세 전환의 서막인지에 달려있다.
지난 11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수급상의 문제를 넘어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매도세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신흥국 시장 전반의 투자 매력도가 감소했고, 이는 원화 약세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했다. 둘째,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온 국내 증시, 특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판다’는 격언처럼, 연말을 앞두고 수익을 확정하려는 심리가 팽배했다. 마지막으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 리밸런싱 과정에서 한국 비중이 소폭 축소된 점 역시 기술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12월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 출회에도 불구하고, 다음 해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상승하는 경향, 즉 ‘산타 랠리’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올해 역시 이러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기는 이르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만약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는다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회복되며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가 시행 중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역시 수급 측면에서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환경이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결국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점은 부담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산타 랠리’는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향후 한 달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다음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시장은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수위와 향후 금리 경로를 담은 점도표(dot plot)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매파적 기조가 유지된다면 투자 심리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둘째,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수급의 바로미터다. 최근 13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이 안정적인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미국의 물가 및 고용 지표와 직결된다. 셋째, 반도체 수출 실적과 업황 전망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개선 여부는 지수 전체의 향방을 좌우한다. 11월 수출 데이터에서 반도체 부문의 회복 신호가 뚜렷해질 경우,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재개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12월 국내 증시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과 경기 침체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는 안갯속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의 기록적인 순매도는 분명 부담스러운 요인이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이탈의 시작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에 따라 자금 흐름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거시 경제의 큰 흐름과 국내 주력 산업의 펀더멘털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섣부른 베팅보다는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둔 전략이 요구된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