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마법, 주토피아 2가 거둔 하모니의 기록

벌써 겨울 냄새가 퍼지는 12월 초, 극장가의 공기는 상영관에서 흘러나오는 밝은 웃음소리와 자기만의 우주를 찾아온 관객들로 몽글몽글하게 부풀었다. 이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누군가는 ‘기록’, 누군가는 ‘기적’, 누군가는 ‘추억의 확장’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 현상은 CGV 팝콘 냄새만큼이나 익숙한 성공 공식의 반복일지 모르나, 동시에 2025년 한국 극장가의 이례적이고 은유적인 풍경의 일부이기도 하다.

2025년의 영화 시장은 이미 단단한 불확실성의 파도 위에 서 있다. ‘수익성’이라는 예측 불가의 바다에서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그리고 디즈니+ 같은 OTT 플랫폼들이 해류를 뒤섞고, 팬데믹의 긴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한 극장가의 자리 역시 여전히 뒤척이고 있다. 그런데도, 주토피아 2의 일주일 연속 1위, 그리고 300만 관객이 넘을 것이라는 기대는 단순히 하나의 영화가 이룬 성취를 넘어, 변화한 관객과 극장, 그리고 시대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이야기의 시작은 2016년. ‘주토피아’라는 이름 아래 검은색과 흰색, 크고 작은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주토피아는 포용과 공존, 차별 극복이라는 아젠다를 세련되게 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충분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9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주토피아 2’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작품은 더 이상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는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의 얼굴에서 기대와 설렘, 그리고 각자의 어린 날을 떠올리며 이제는 누군가의 아이를 손잡고 찾은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연일 보도되는 박스오피스 기사. SBS 뉴스는 ‘주토피아 2’의 기록적 흥행세를 고스란히 전한다. 여기에 더해 조이뉴스24, OSEN, 그리고 팝콘뉴스 등 여러 매체는 이 현상이 코로나 이후 침체된 극장가에 던지는 상징적 메시지, 한편으론 경쟁작의 부진이라는 상대적 요인까지 조명한다. 그럼에도 흥행의 본질은 명확히 하나로 수렴된다. 회복의 서곡이자, 가족영화의 새로운 약속.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이 영화가 극장에 불어넣는 생기에는 다양성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번 2편은 한층 더 유기적으로 그려지는 동물들의 도시, 그 속에서 갈등과 해프닝, 그리고 손잡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들이 정교한 디테일로 흘러간다. 바로,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의 끈을 길게 뻗어가는 개연성. 부모와 아이, 친구와 연인, 심지어 혼자 영화를 찾는 관객까지도 ‘다름이 주는 정상성’의 가치를 경험하게 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관객들부터, 추억을 소환하는 20~30대, 그리고 손잡은 손끝에서 감동했던 어른들의 세대 공유까지. 관객들은 영화관 안팎에서 주토피아 2를 화제로 만들고 있다. SNS에는 익살스러운 밈, 인형 인증샷, 영화의 감성적인 대사들이 퍼진다. 팬들은 ‘지니 램’과 ‘힉스’ 같은 새로운 캐릭터에게 빠져든다.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누적 현황 수치는 직접적으로 흥행을 증명하지만, 실은 표면 아래에서 관객 간의 공감, ‘함께 본다’는 경험 자체가 진짜 흥행의 엔진임을 속삭인다.

‘위로와 연대’, ‘다양성과 포용’, ‘낡지 않은 가치의 재해석’이라는 주토피아 2의 깃발은 2025년 대한민국의 문화 현실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 불황, 사회적 갈등, 정체의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까.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극장을 찾은 가족들이, 빈 좌석을 메우는 관객들의 물결이 언뜻 영화를 넘어 일상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놀라운 흥행은 단순히 스코어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인이 가장 갈구하는 예술적, 사회적 연결의 증거이기도 하다.

결코 낡지 않은 옛 가치, 그리고 영원히 새로울 수 있는 상상력의 힘. 주토피아 2는 그 묵직한 메시지를 팬시한 애니메이션의 색감, 탄탄한 이야기 구조, 트렌디한 유머와 캐릭터로 직조하며, ‘함께’라는 말의 울림을 한국 영화 시장에 되살려 놓는다. 기록은 세월과 함께 사라진다 해도, 이 일주일의 기적과 같은 손길은 올 겨울, 다시금 극장가에 남을 것이다. 마치 주토피아의 야경처럼, 관객의 마음에 오랫동안 켜진 불빛이 되어.

— 정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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