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핀 증시 랠리, ‘성장 드라이브’와 ‘분배의 그늘’ 사이 선 韓 정치

미국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장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는 강력한 성장 모멘텀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기술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한국 정치권에 ‘성장’과 ‘분배’라는 해묵은 과제를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기술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여야의 정책 방향과 이념적 지향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AI 붐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규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AI 기술을 전 산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통령실과 정부 경제 부처들은 연일 ‘AI 국가전략’을 강조하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R&D 예산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여당이 발의한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과 ‘K-칩스법’ 연장 및 확대 적용 등은 이러한 정책 기조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다. 이들의 핵심 논리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 혁신과 기업 지원을 통해 ‘선(先)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어떠한 규제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로 간주하며, 법인세 인하와 같은 친기업 정책의 당위성을 재차 역설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야당은 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그늘’에 주목하며 정부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의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다. AI 기술의 혜택이 소수의 빅테크 기업과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반면,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는 중산층과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해 소득 불평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K-칩스법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지원책이 결국 ‘부자 감세’로 귀결될 뿐, 낙수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둘째는 ‘사회안전망’의 부재 문제다. 기술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자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고용보험 확대, 그리고 AI의 윤리적 문제 및 데이터 독점에 대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야당은 정부의 AI 전략이 기술의 속도에만 매몰되어, 그 과정에서 소외될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포용적 성장’과 ‘공정한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는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구체적인 정책 논쟁으로 충돌하고 있다. 여당은 AI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담은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야당은 AI가 노동·인권·안전 등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고 규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 설치를 역제안하며 맞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AI 개발 진흥을,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대책을, 정무위원회에서는 AI 기반 금융 서비스의 소비자 보호를 각각 다른 시각에서 다루면서 ‘AI’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놓고 부처 간, 여야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결국 AI발(發) 경제 호황의 가능성이 클수록,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기적으로 AI 테마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훨씬 복잡하다. AI가 촉발할 산업구조의 재편과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부양책이나 이념적 공방을 넘어선 초당적인 국가 전략이 필수적이다. 기술 혁신을 장려하며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단순히 기업의 편이냐, 노동자의 편이냐는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만들어나가는 생산적인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냉철하게 지켜볼 때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 모두의 진보로 이어지게 만드는 책임, 그것이야말로 지금 정치권에 던져진 가장 무거운 질문이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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