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과 마블의 3×3 콜라보, 농구 씬에 찾아온 과감한 실험과 새 물결
마블 히어로들이 농구 코트 위로 내려앉는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KBL이 이번 겨울에 던진 질문이다. 2025년 12월 7일, 동국대 체육관에서 펼쳐질 ‘KBL 마블 테마 3×3 농구대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농구계 내 트렌드 변화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융합, 그리고 잠재적 관객층의 세분화라는 흐름 속에서 탄생한 상징적 시도다.
KBL이 선택한 3×3 포맷은 전통적인 5대5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질주감을 가진다. 짧은 샷클락, 빠른 템포, 원 포제션마다 전환되는 공수. 국제농구연맹(FIBA)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며 성장세를 증명했다. 국내에서도 3×3 농구는 KBL 팀들이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대회를 통해 점차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팬덤이 강한 마블을 더했다. 이건 단순한 협찬이 아니라, 농구판 메타의 확장이다. NBA에서도 10년 전 마블과 컬래버된 특히 어린 관객 유입을 노린 경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처럼 메인 리그가 직접, 그리고 메이저 브랜드와 강하게 손잡은 이벤트 개최는 이례적이다.
이유가 있다. Z세대와 알파세대, 그리고 콘텐츠 소비 시간대가 짧은 2030 초반 층은 긴 4쿼터 게임보다 빠른 요약·강렬한 액션, 캐릭터 IP와의 연결성에서 큰 재미를 얻는다. 이번 대회의 핵심은 이 접점에서 터진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아마추어와 KBL 선수들, 심지어 e스포츠 크리에이터 출신 연예인까지 팀으로 꾸려 참전한다. 각 팀이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등 마블 히어로의 테마로 코스튬을 맞추고, 하프타임에는 마블 코스플레이 이벤트·GR 측에 따르면 관객 참여 미션까지 준비된다. 즉, 스포츠와 게임 그리고 코스튬 플레이 문화가 하나의 라이브 페스티벌에서 충돌한다.
KBL이 이런 시도를 꺼내든 건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경계 붕괴’가 하나의 핵심 메타임을 직감했기 때문. 글로벌 농구 마케팅의 최신 트렌드 역시 뻔한 경기력 홍보보다 “경험의 다양화”에 집중한다. 미국의 NBA, 중국의 CBA, 일본의 B.LEAGUE 모두 자체 3×3를 키우며 e스포츠·팝 컬처와의 크로스오버에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도 2024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LOL×농구’ 이벤트가 선풍을 일으키며 메타 교차점에서 팬들의 폭발적 반응을 끌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행사가 단기적 이색볼거리 제공을 넘어 장기적 리그 팬 확보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 최근 KBL의 고질적 고민은 ‘젊은 관중의 이탈’이었다. 2023~2025시즌 누적 관중통계가 5년 내 최저치를 찍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를 타개할 묘수를 스포츠마케팅·IP 확장, 즉 애니메이션·영화·게임 계층과 농구장의 접점에서 찾는 것이다. 이미 일본 B.LEAGUE와 미국 일부 마이너리그에서는 인기 만화/게임과 정기 콜라보데이 개최가 유의미한 신규 티켓 구매로 연결됐다. 이번 KBL 마블 3×3 역시 그 흐름의 최전선이다.
논쟁도 있다. 일부 농구 팬덤은 “진정한 실력 대결의 본질을 담보할 수 있느냐”라는 의구심, 그리고 “단기 흥행에만 치우친 상업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스포츠 메타 분석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이종장르 유입은 오히려 리그 경쟁력의 새로운 트랙을 만드는 힘이 된다. 실제로 NBA ‘스트리트 테마 3×3’나 일본 B.LEAGUE의 ‘원피스 콜라보 경기’ 결과, 평균 시청시간·SNS 해시태그 언급량 폭증, 1년 내 유입 신규 팬 30% 증가 등의 성과가 보고됐다. 단, KBL 역시 협업의 지속성/자체 IP 육성 등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KBL 마블 테마 3×3 농구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스포테인먼트 융합 흐름 중 가장 빠른 속도감과 강렬한 컬러를 보여주려는 ‘판 흔들기’다. 농구가 더 이상 구시대의 마니아 스포츠가 아님을, 제한적 팬층에만 머무르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이다. 다만 트렌드에만 안주하지 않고, 3×3 포맷 자체의 경쟁력 강화와 유의미한 팬 커뮤니티의 꾸준한 확장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 변곡점에 선 KBL의 패턴 변화를, 이제는 한 시즌이 아니라 일상적 현장 속에서 관찰해야 할 때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