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분리현상, 한국경제 신뢰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하게 번진 지난밤, 뉴욕증시는 확연한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과 S&P500 모두 1% 내외 상승폭이 연출됐고,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 기조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 변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작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같은 시간 하락 출발로 대비를 이뤘다. 이데일리가 지적한 바로 그 지점, 시장은 똑같은 대외 자극을 받았음에도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이분법적 흐름의 수면 아래엔 어떤 구조적 모순과 신뢰 결여가 잠복해 있는가.

뉴욕증시의 반등은 단순히 미국 경제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과 신뢰의 기반을 미국이 독점적 우위에서 지키고 있기 때문에, 국제 투자자들이 변동성 리스크를 감수하며 미국 내 자산으로 시선을 옮기는 맥락이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이 모멘텀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 주요 원인은 대외 변수에 대한 내성 결여,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 불신, 그리고 정부·금융당국의 정책 대비 무능이 결합하며 발생한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국내 금융시장엔 고질적인 ‘역외자본 우위/내수 주체 소외’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 간 거래소 외국인 자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고, 환율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한국의 신흥국 위상은 더욱 저하되었다. 단기 유동성 확대정책이나 한시적 대책으론 이 불신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기업의 실적 신뢰성, 정부의 증시 부양 신호, 글로벌 경기동향과의 접점 모두에 대해 일관된 부정적 해석을 덧씌우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기업 오너리스크 및 회계 이슈, 만성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실은 아직도 심각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월가 투자은행들은 경기 피크아웃 이후 미국 경기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점진적으로 무게를 싣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연준의 금리 피벗 신호가 나오는 순간 자금조달 비용이 단박에 떨어지고 위험투자 선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은 한미 증시의 향방을 완전히 가른다.

여기서 드러나는 구조적 부조리는 뚜렷하다. 한국 사회는 수십년간 ‘변화산업’보다는 부동산·대기업 위주 경제에서 내부자 중심의 기득권 구조에 더 집착해왔다. 그 과정에서 증시 및 금융정책은 실질적인 개혁이나 장기적 신뢰 확보가 아닌 단기 부양책, 순응적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 투명성, 정부-기득권 유착, 금융감독의 무기력 등이 결합해 ‘주류 세력의 이익은 보존되면서 전체 시장 신뢰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외부 변수 변화에 따라 시장은 더 민감하게 흔들리고, 제도적 안전판 역시 불충분하니, 조금만 불안 요소가 불거져도 자본 유입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시장참여자들은 자체 감시역할이나 내부고발 구조 역시 매우 미약함을 실감한다.

이런 구조의 취약함 속에서, 정치권의 책임 회피와 실물경제와의 간극 문제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하는 각종 ‘단기 부양책’들은 시장 체질의 근본 개혁이 아니라 여론 무마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보호성 대책들도 정작 시장 불공정 행위, 대형 자본 불법 이동, 사모펀드 부실 운용 등을 근절하지 못한 채 대증적 처방으로만 흐르고 있다. 현장 임직원들은 내부제보 사각지대에 내몰리거나, 고질적 유착 구조를 눈감는 것이 생존전략임을 체득했다. 제도의 허점, 부패의 온상, 시장 신뢰의 빈곤.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분명한 정책적 대답 없이는 한국 자본시장은 당분간 별다른 회복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뉴욕증시와 한국 증시의 엇갈린 출발은, 단순한 국제금융 흐름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신뢰와 내부 구조, 정책 및 사회 부조리가 어떻게 금융의 혈류를 좌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회적 경고다. 근본적 불신과 폐쇄성, 내부 부조리에 대한 청산 의지 없는 미봉책은, 아무리 글로벌 훈풍이 불어도 한국 시장을 낙후와 소외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모두가 뉴욕증시를 핑계 삼지만, 해답은 언제나 국내 시스템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건 사회 부조리를 정면 돌파할 구조적 개혁과자기 성찰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언젠가는 실제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근거, 그 신뢰 인프라의 회복이 더 시급하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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