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용종 제거 후, 음식을 고르기 전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들
병원 대기실의 적막함 속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소음들. 창밖의 쌀쌀한 공기와 스치는 일상의 흔한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건강에 관한 조심스러운 신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특별히 대장 용종을 제거하고 돌아오는 길은 긴 안도와 함께, 작은 걱정이 겹겹이 쌓인다.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식탁 위 한 조각 음식도 이전과는 달리 신중을 더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헬스조선’의 기사에서는 대장 용종을 떼낸 이들이 피해야 할 음식 가운데, 특히 붉은 고기가 강조되어 있었다. 붉은 고기는 그 풍성하고 깊은 맛 덕분에 한 끼의 즐거움으로 자리하지만, 대장 건강이 취약해진 이들에게는 위험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고기 섭취와 대장암, 용종 재발 위험과의 연관을 다수 밝혀왔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의료진은 붉은 고기의 포화지방, 헤미철과 같은 성분이 장 점막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맛의 기쁨만으로 식탁에 올리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경고음이 드리워진다.
음식은 공간, 기억 그리고 건강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대장 내시경을 마치고 회복기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병원의 희끄무레한 식판 위 죽 한 그릇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애써 자신의 몸을 돌보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초기 일주일 가량, 소화가 쉬운 흰죽과 미음, 담백한 야채 국물이 권고된다. 단단한 고기나, 기름진 탕수육 같은 음식은 당분간 미뤄둘 필요가 있다. 삶은 달걀도 곧잘 식단에 오르지만, 노른자를 제외한 흰자 위주로, 삶은 감자와 당근 따위의 부드러운 재료는 씹는 이의 마음을 위로한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희미하게 맴도는 치즈, 우유,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유제품은 일시적으로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신경 써야 한다. 또한 함량이 높은 섬유질 식품 역시 회복 초반에는 피해주어야 한다는 세밀한 전문가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붉은 고기를 피하는 식단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도 중요한 고민거리다. 닭가슴살, 흰살 생선, 두부는 부드러운 특별식이 되어줄 수 있다. 담백한 야채 스프, 호박죽, 바나나처럼 속을 안정시키는 재료들이 식탁을 차지한다. 간혹 익숙하던 맛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와도, 작은 노력으로 다른 방식의 건강한 풍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피해야 하느냐’보다 ‘어떻게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로 관점을 바꾸면, 어려운 시기에도 음식의 의미는 충분히 빛난다.
비단 붉은 고기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양념 음식, 매운 떡볶이, 기름진 치킨도 피해야 할 리스트에 오르는데, 이는 단순히 소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상처받은 대장 점막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또한 지나친 음주나, 고카페인 음료 역시 당분간 금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매운맛, 짠맛에 대한 선호가 익숙함인 만큼, 일상과 잠시 이별할 필요가 있다. 회복 후 다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맛보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필요한 조절과 배려가 삶의 중심에 들어오는 시기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금지와 허락이 아닌, 일상과 회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풍요로운 감각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스스로의 몸을 진짜 들여다보는 시간, 그리고 매일의 재료를 고르는 작은 손끝의 움직임에서 ‘나를 아끼는 습관’이 시작된다. 대장 용종 제거 후 식단 관리는 그저 괴로운 제한이 아닌, 삶에 대한 애정과 자신에 대한 존중을 다시금 배우는 일이다. 한동안 작별해야 할 어떤 맛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 건강이라는 긴 여정 앞에서, 때로 무채색처럼 느껴지는 식단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운 일상을 그려낼 수 있다.
삶의 작고 소박한 순간, 즉 회복기의 음식 앞에서 느린 걸음으로 음미하는 시간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함께 쉴 수 있는 휴식의 기회다. 그리고 언젠가, 건강을 회복한 후 다시 찾게 될 붉은 고기 한 점, 매운 음식 한 접시에 담긴 감동 역시 이전보다 더 크고 진하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오늘의 식탁이 내일의 건강을 닦아가는 원초적 공간임을 잊지 않으며, 내 식구와 나 자신에게 조심스럽지만 든든한 한 끼를 권하고 싶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