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이 키우는 아이와 부모의 변화–세종교육원 유치원 학부모 상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
친구들과 언어로 다툼이 잦아진 다섯 살 서연이는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유치원 가기를 꺼렸다. 그 모습을 본 엄마 김현정 씨는 불안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해도 명확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서로 오해만 쌓여갔다. 그렇게 아이도 부모도 조용히 힘겨워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세종교육원이 유치원 학부모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됐다.
세종교육원이 최근 실시하기 시작한 유치원 학부모 상담 프로그램은 단순한 ‘민원 창구’가 아니다. 전문 상담교사들이 직접 중재자와 지원자로 나서,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고민을 함께 듣고 끌어준다. 상담의 핵심은 부모-자녀-교사 모두가 ‘듣는 힘’을 경험하며 서로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한 교육 환경에서 ‘개별화된 지원’과 ‘정서적 연대’가 유아기 교육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사회에서는 ‘문제행동’이나 ‘발달지연’이라는 용어보다는, ‘다양성의 존중’이 강조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종교육원의 학부모 상담은 ‘문제 해결’ 관점이 아니라, 아이가 처한 특수상황을 바라보는 가족의 감정과 시선을 존중하는 과정으로 설계됐다. 실제로 상담에 참여한 학부모들 다수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담 현장에는 도전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 상담은 여전히 ‘문제의 낙인’이나 ‘교사의 업무 가중’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2022년 부산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 감정적 오해로 인한 고소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모-교사-아동이 ‘적대적 대립구도’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뢰를 회복하는 중간지원 기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서울신문 참고](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74844)).
세종교육원의 상담 프로그램은 이러한 교훈을 반영한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상담 전문가는 “상담은 곧 ‘공감’이다.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경계하는 대상이 아니라, 한 아이를 둘러싼 보호망의 동료임을 공유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상담 후기를 살펴보면, 한 아버지는 “상담 과정에서 내 아이가 단지 ‘성격이 예민한 게 아니라, 학교생활에 걱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부끄러움 대신 이해와 포용의 감정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한겨레 참고](https://www.hani.co.kr/arti/society/education/1091231.html)).
유아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상담의 효과는 실증 연구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학부모 상담을 경험한 가정일수록 아동의 정서 행동 문제가 예방될 확률이 30% 넘게 높았다. 이는 단순한 상담 참여가 아닌, ‘관계 재구성’에 따른 보호 효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유치원 시기는 사회성과 감정 조절력이 폭넓게 발달하는 때이기에, 부모의 태도변화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훨씬 크다([KBS 기사 참고](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434951)).
이처럼 사람 중심의 상담 프로그램은 아이가 ‘정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준다. 상담을 끝낸 학부모들의 구체적인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자녀의 행동을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아이의 불만이 곧 아이의 말”이라는 상담가의 조언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육아의 본질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세종교육원의 프로그램은 지방 거점 도시에서도 ‘개별 맞춤형’ 상담 체계가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일 상담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국적 확산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 발달지원기관, 복지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이 같은 실천 사례가 이어진다면 ‘아이와 부모가 모두 존중받는 육아’, 그 결실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지역과 연령, 경제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와 부모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에 이같은 상담 프로그램이 미치는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낯선 곳에서 손을 내밀어줄 누군가의 따뜻한 경청이, 결국 우리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