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검은 그림자, 유럽연합 권력구조의 민낯 드러내다
전 EU 외교수장의 부패 혐의 구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현장 기사([연합뉴스](https://news.google.com/rss/articles/CBMiW0FVX3lxTE8zd2VpdWNOMWtQLWgwU1ZzUHJtbHVUSDBEelh1RGxTS1UtSGg5bTRfWjVPWlRjbDcxMTRxT0ttenp5QjhCSjlSbllnbGZrZGgtNlBfa2tWRjhKbm_SAWBBVV95cUxQZHVSTEJsQjFOUWczR0c4OTV1T3l0a0ZLcE9nNnZ1V0MtRENzMVRqTTc3dm1WMzVPNWNacWEwdHZqcnRHZDJONDBMREdTU3ByR0E0NU5zZzQyQVU1VzVwbjM?oc=5))가 밝힌 바에 따르면, 카타리나 아슈튼 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일부 고위 외교관들이 EU 의회와 외교 무대의 영향력을 기업과 로비스트들에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현 단계에서 애쉬튼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은 통신내역, 금융거래, 측근 진술 등 구체적 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사건은 유럽연합의 ‘심장부’이자, 민주적 가치와 투명성을 대외적으로 내세워온 브뤼셀 체제의 위선을 드러낸다. 불과 2년 전, ‘카타르게이트(Qatargate)’라 불린 유럽의회 부패 스캔들에 이어 고위직 공직자까지 연루된 점은 개혁이 표면에만 머물렀음을 의미한다. 결코 오랜 관행이나 개인의 일탈로 쉽게 치부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실제로 2022년 ‘유럽 반부패국(OLAF)’의 보고서에서는 EU 내에서 매년 1조 유로 이상의 공공자금이 비리와 부정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EU 내부 고발자와 청렴 관련 NGO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포획된 관료들’의 존재를 경고해왔다. 정치-기업-로비 네트워크가 밀실에서 이익을 주고받으며 공익을 훼손해온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내부고발자인 라파엘라 파첼, 그리고 ‘Transparency International EU’의 분석 결과에서도 “고위 관료의 퇴임 후 로비 직행, 로비스트들과의 부적절한 접촉, 투명성 규정 미준수”가 잇따라 언급된다.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최근 폭로된 일부 부패 패턴은 규제에 허점이 많은 유럽 로비 규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공개 회의 기록과 윤리보고서 제출만으로는 관료 개인이 실행하는 밀실 거래를 추적할 수 없다. 제도 설계의 맹점이 내부고발이나 외부감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고, 결국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권력 남용이 반복되는 배경이 됐다.
주요 유럽 일간지와 매체, 예컨대 Politico EU, Der Spiegel, Le Monde는 EU ‘최상층 권력’의 민낯과 책임 구조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Der Spiegel은 ‘유럽 집행위의 셀프감시 한계와 밀실적 의사결정 체계’를 비판했고, Politico EU는 ‘관료주의 마피아’라는 단어까지 써서 EU 내 부패 생태계를 조명했다. 이러한 비판은 현장 정치인들이 외부 이해관계자에 쉽게 휘둘리는 정치적 취약성, 그리고 내부 감시 장치의 부재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여기에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첫째, EU의 다국적 관료집단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무책임성이다. 책임 소재가 분산되면서 각 기관의 수장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실질적 감독을 받지 않는다. 둘째, 사회적 고위직 내 네트워크화된 ‘골드 컬러 클럽’, 즉 전직 정치인-로비스트-대형로펌 등 인맥 네트워크가 이익 공유를 관행화했다. 셋째, 시민사회가 감시를 시도해도 정보공개와 윤리감독이 허술해 투명한 감시가 어렵다.
결국 EU의 부패는 환경에 근본 결함이 있는 사회구조적 현상이다. EU의 핵심 가치는 ‘투명’, ‘공정’, ‘연대’임을 외치지만, 집행부와 최고위 외교관계자들이 이런 가치를 실천하지 못한 단면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패 수사를 넘어, 유럽 정치 시스템이 정당성과 신뢰성 회복을 위해 구조적 대수술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국 사회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우리 역시 국가-재계-정관계 유착 고리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탑다운 셀프감시’만으로는 부패를 근본 차단할 수 없었다. 현장감 있는 제도적 감시·신고자 보호장치와 더불어 권력 최상층의 감독 구조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구금된 전 EU 외교수장이 무죄든 유죄든, 이번 사태는 권력과 특권이 충분히 감시·규율되지 않으면 얼마나 쉽게 사회 전체 시스템을 좀먹을 수 있는지 명확히 증명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권한자에 대한 견제와 투명성이다. EU가 이 사건을 통해 참된 자기혁신과 실질적 구조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