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벼랑 끝으로 다가갈 때, ‘근로소득세 9% 인상’의 사회적 파장
서울 중랑구의 한 반지하 방. 12년째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순희 씨(48)는 올해도 연말 정산표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본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3%에 그쳤지만, 내야 할 근로소득세는 9% 가까이 늘어나 두 배 가까운 시간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만 가족이 먹고살 수 있게 됐다. 김 씨만의 이야기일까. 최근 지이코노미의 보도에 따르면 2024년도 월평균 근로소득은 3% 늘었지만,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 부담은 9% 가까이 증가했다. 사회보험료와 생계물가도 각각 4% 이상 올라, 체감하는 삶의 무게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월급 봉투는 두툼해지는 대신, 국가와 사회가 채워가야 할 책임만 더 커졌다.
통계청의 ‘2025년 한국의 사회주요지표’ 자료와 각종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직장인 평균 월급은 363만 원, 작년보다 약 3% 상승했다. 하지만 월 실수령액에서 빠져나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해마다 가팔리게 오른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가 줄줄이 인상된 데다, 각종 간접세까지 누진적으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기치로 내세우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세금 인상과 복지 축소, 사회보험료 조정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저소득층 근로자와 서민 청년 세대는 실질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37세의 박도현 씨(가명)는 ‘최저임금’에 맞춰 일하지만, 차오르는 월세와 식비를 감당하지 못해 2년 전부터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세금이랑 보험료가 4~5만 원씩만 더 나가도 허리도, 마음도 휘청거려요. 월급 인상 뉴스 듣고 기뻐한 게 미안해질 정도예요.” 박 씨는 가슴속에 꽁꽁 숨겨둔 자존심을 이야기하며, “결국 나라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다”는 날 선 한마디를 남긴다. 사람은 변하지만, 생존의 조건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세금 폭탄’ 논란은 비단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소득분위별 가계부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위 2분위(연소득 약 24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70% 이상이 월세 혹은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그중 45%는 사회보험료와 세금이 ‘삶의 가장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올해 5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중하위층 근로자 10명 중 7명이 “정부 및 고용주로부터 실질적 배려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나라와 사회가 함께 나누고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정작 삶의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한편, 고용주 역시 복잡한 세금 구조와 사회보험 부담으로 인한 압박은 피할 수 없다. 중견기업 인사담당자 이지현 씨는 “최근 3년간 급여 인상률은 회사가 감당 가능한 수준 대비 정부의 세금·사회보험 인상폭이 더 높다”며 “결국 부담을 직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한다. 중소사업주들은 ‘월급 명세서’를 펼치며, “기계적 인상은 사회 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정작 이익도, 안전도 실감하기 어렵다”는 이중적 현실을 지적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과 복지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근로자, 소상공인, 청년 세대는 인상된 세금과 보험료가 ‘삶의 질’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각종 통계와 인터뷰를 종합하면, 사회보장과 조세의 균형점이 점점 위태해지고 있다는 신호탄이 읽힌다.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낮은 편이지만, 세금 및 준조세 부담은 이미 상위권을 맴돈다. ‘조세저항’이 사회적 불안으로 번지기 전, 사람 중심의 정책 설계와 구체적 지원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박 씨의 퇴근길에 붉게 번지는 노을은 오늘도 잦아들었지만, 월세와 세금 고지서는 내일 아침 또 새롭게 찾아올 것이다. 정책과 숫자, 경제지표의 언어를 넘어, 결국 ‘한 명 한 명의 삶의 무게’에 답할 수 있는 조세·복지정책이 필요한 시간이다. 삶이 더는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우리는 누구나 조금 더 따뜻한 내일을 기대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