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카카오모빌리티, AI 물류네트워크 동맹의 명암과 미래 전망
한진이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을 잡고 AI 기반 물류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두 기업은 AI, 빅데이터, 모빌리티 기술을 결합해 물류 효율성과 민첩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내 물류·운송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과 전통 물류기업의 이종 협업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현장 분석과 자료 조사 결과, 양사의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노후화된 국내 물류 시스템의 혁신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AI 물류 솔루션은 피크 타임 배차, 라우팅 최적화, 유연 배송에 결정적이다.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구간) 영역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력은 경쟁 우위로 작용한다. 기존 한진의 물류 인프라와 합쳐질 때 시너지는 예상보다 크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따져보면 문제도 적지 않다. 국내 물류 시장은 이미 쿠팡, CJ대한통운 등 투자 여력이 큰 선도사들의 자체 AI·자동화 인프라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한진의 모델은 ‘외부 협업’ 구조라는 점에서, 내부 역량 축적과 데이터 주도권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방대한 모빌리티 데이터, 네트워크는 갖고 있으나 실제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배송) 노하우는 부족하다. 반면 한진은 현장 실무와 전국적 운송망 확보에는 강점이 있으나, IT 인프라·기술 인력 경쟁력은 쿠팡, CJ대한통운에 미치지 못한다. 두 회사의 이러한 약점을 조화롭게 메워갈 수 있을지, 기술 주도권 다툼에서 충돌이 발생할 소지는 상존한다.
최근 ‘AI혁신’이란 구호 아래 플랫폼과 전통산업 연계가 빈번하다. 그러나 성공 케이스는 내부 IT 및 제조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었다. 예를 들어, 쿠팡은 인건비 구조 개혁·데이터 센터 고도화·자체 알고리즘 개발 등 선제적 투자를 이어오며 배송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에 견줘 한진-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전통 물류’ 융합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실무 단계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상호 공유할지, 양사간 이해관계 조율이 실효적으로 작동할지 불분명하다. 업계 내에서도 부정적 중립 평이 적지 않다. 정보보호와 개인정보 관리, AI 기반 자동화 도입에서의 안전성, 추가 고용 창출 또는 감축 등 사회적 파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산업의 기존 독점 우려와 별개로, 현행 법제도 물류·모빌리티 ‘빅딜’에서 영세사업자, 택배노동자 보호장치는 이미 취약하다. AI 물류 신모델이 단기적 효율을 명분 삼아 현장 노동 유연화, 비용 절감에만 치우칠 경우, 또 다른 산업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글로벌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미국, 중국 등 AI 물류 투자가 이미 트리플A 업체(아마존, JD닷컴 등)를 중심으로 통합·내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서비스사업자(IT)-운송사업자(전통 물류)가 분리되어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 단일공동 프로젝트가 아닌 전략적 합작법인(JV) 설립, R&D 및 데이터 공동 투자, 현장 자동화 인력 재교육 등 실질적 시스템 혁신에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 또한 책임 주체, 데이터 소유권, 사고 발생시 책임분담 등 구체적 준칙 신설이 선행되어야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다.
결국 한진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협업이 산업 구조 혁신을 견인할지, 빅테크-전통기업의 일시적 시너지에 그칠지 판단은 아직 이르다. 정책당국은 이 흐름이 산업 경쟁력 고도화로 실질 귀결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보호·공정경쟁 질서 유지·신 사업모델의 안전장치 마련 등 정책적 개입을 병행해야 한다. 시장 효율성만을 좇다가 노동·공공성 가치 훼손, 데이터 독점 위험, 산업내 양극화 확산에 눈감아선 곤란하다. 실용적 시각에서 기술혁신을 받아들이되,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사회적 책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지금보다 더 치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관건은 현명한 운용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있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