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미학과 무심한 반전, 리사의 속옷 레이어링이 보여준 스트릿 패션의 새로운 해석
리사의 최근 공항 패션은 단순히 유명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넘어,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가 추구하는 ‘경계 허물기’의 상징과도 같다. 다수의 매체가 그녀의 스타일을 두고 ‘속옷을 몇 개를 입은 거냐’는 농담 섞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트렌드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로서 나는 리사의 이번 연출이 단순한 화제성 옷차림을 넘어, 2020년대 중후반 국내외 패션 지형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본다.
이번 스타일의 중심에는 브라톱, 크롭탑, 루즈한 진(denim) 그리고 스포츠 스니커즈가 있다. 이들을 겹겹이 쌓아올린 연출은 단지 강조된 노출이 아니라, 정해진 룰에서 벗어난 자유와 자기표현의 의지가 드러난다. 이런 ‘속옷 + 속옷 + 겉옷’ 구조는 고전적인 패션 공식에 의도적으로 도전하며, 반항적인 동시에 유쾌하다. 과장된 듯한 속옷 레이어링은 고정관념에 대한 장난스러운 도발에 가까워 보인다.
이 현상은 단순히 K팝 스타의 유행이 아니라, 이미 2024 S/S 해외 컬렉션과 힙한 패션 하우스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된 ‘언더웨어 아우터화(Underwear as Outerwear)’ 트렌드의 연장 선상에 있다. 버버리, 미우미우, 자크뮈스 등 글로벌 브랜드 역시 속옷 아이템을 메인 룩으로 레이어드하고, 실용성과 위트를 동시에 추구한다. 스트릿 캐주얼이 완벽히 하이패션과 믹스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이제 속옷이란 프라이빗한 경계는 더이상 옷장 깊숙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는 패션의 금기와 규범에 피로감을 느끼며, 일상의 테두리를 스스로 재정립하고자 한다.
리사의 스타일에는 자기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 그리고 이 시대 정서인 ‘무심한 듯 분위기 있는’ 쿨함이 스며들어 있다. ‘신경을 많이 쓴 듯, 그렇다고 너무 애쓰지 않은 느낌’이라는 묘한 긴장감은 현대 대중이 더 이상 정형화된 미(美)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소비자 심리를 반영한다. 특히 탑모델이나 K팝 뮤지션에 대한 동경이 더 자연스럽고 친구처럼 소비되는 오늘날, 리사는 또 다른 자기표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의 사례를 보면, 최근 백예린, 현아, 그리고 블랙핑크 멤버들의 일상 및 무대 패션에서도 유사한 메시지가 감지된다. 이들은 ‘노브라 패션’, ‘속옷 시스루’ 등 사회적 논의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옷차림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동시에, SNS와 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는 이미지는 억압적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 세대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패션산업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2025년 겨울 현재, 속옷 브랜드들은 더 멋지고 대담한 레이어드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늘려가고 있으며, SPA 브랜드들은 인플루언서 스타일을 빠르게 반영해 혼합적 아이템을 기획 중이다. 본질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더 이상 무례하지 않고, ‘나를 표현한다’는 하나의 접근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소비자는 단순한 노출이나 브랜드 로고에 집착하지 않고, 기존 패션의 문법을 뒤집는 쾌감에 자신을 투자한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성별, 계층, 라이프스타일을 막론하고 ‘경계를 재해석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요즘 10~20대들이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편안함’과 ‘독특함’, 그리고 ‘자신다움’이라고 답한다. 리사와 같은 스타일은 이 모든 경향을 영리하게 결합한다. 경계를 허물되, 무심함을 유지하고, 타인의 시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척… 모든 것이 계산처럼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업계는 이제 ‘속옷=속옷’이라는 낡은 등식에서 벗어나, 아이템을 어떻게 연출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깨닫고 있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점점 패션의 규정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며, 경계의 미학을 날카롭게 탐닉할 것이다. 리사의 스타일은 그저 화려한 셀럽 패션이 아니라, 동시대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적 서사이자 대중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선언문처럼 읽힌다. 패션은 더이상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입었는가가 아니라 ‘왜’ 입었는가에서 본질적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 시즌, 또 다른 경계와 무심함의 미학이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를 품어본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자기표현에 진심인 대중과 패션이 함께할 것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