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료에 마약이?’ 해외여행, 낭만과 불안을 오가는 경계선
“여행 중 마신 음료 한 잔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연합뉴스가 전한 해외여행 중 음료에 마약이 혼입되는 범죄 사례는, 익숙한 도심 카페와 트렌디한 바를 넘나들며 새로운 맛과 경험을 즐겨왔던 현대 소비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보도에 따르면 외국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예기치 않은 범죄에 노출되고 있으며, 특히 음료수나 식음료에 마약이 몰래 넣어지는 사례가 동남아, 남미, 유럽 등 인기 관광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실제 외교부와 현지 경찰의 주의보, 피해 사례, 그리고 사후 대처 방식까지 단편적인 정보 속에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한때 여행지에서의 ‘바 체험’이나 ‘로컬 음료 맛보기’는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필수 코스로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의 순간에, 이국적인 향신료만큼이나 낯선 두려움이 스며들고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와 해방의 상징에서 경계와 자제의 상징으로 옮겨가는 전환점, 이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최근 3년간, 각국 현지 보건당국이 여행자를 겨냥한 ‘데이트 강간 약물’ 범죄, 바와 호텔 라운지에서의 무차별 혼합 마약 투여 사례 증가를 계속 경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https://www.gov.uk/guidance/rapeculture-drug-spiking)에 따르면, 일부 관광도시에서는 여행자 중 자국민보다 외국인 피해 비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CNN Travel(https://edition.cnn.com/travel/article/drink-spiking-latin-america/index.html)에서도 멕시코, 태국, 스페인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SNS상에선 ‘내 컵은 내 손에’ 챌린지까지 등장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자구적 움직임이 포착된다.
음료에 약물이 섞인다는 이 범죄 패턴은 과거 소수의 도시 괴담처럼 소비되던 ‘루머’에서, 실체적 위기로 현실화됐다. 관광지 상점, 바, 길거리 포장마차까지 범위도 넓어졌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심리는 불신과 긴장이다. 신뢰하고 경험을 공유하던 곳에서 ‘의심의 시선’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태국 방콕,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최근 12개월 간 입국자 증가율이 두드러진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자신이 시키지 않은 음료 받지 않기”, “음료에서 눈 떼지 않기”가 현지 소비자 행동지침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 변화는 단순한 개인 경계심의 강화, 혹은 여행 안전 행동강령의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소비문화, 음식 및 음료 선택 트렌드에도 파문을 던진다. 남미와 동남아의 인기 칵테일 바에서는 각 테이블마다 개인 마커(마시는 컵 식별)나 잔 뚜껑을 제공하는 식으로 실질적인 대처에 나섰고, 그 자체가 방문객 만족도의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리유저블 컵 골드락(Reusable Cup Gold Lock)’ 같은 휴대용 컵 뚜껑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소품이 각광받는 배경이다. ‘안전한 여행’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동시에 감성을 순간 멈칫하게 하지만,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드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여행업계도 출입국 전 사전 안내를 ‘트렌드 세터 타깃’으로 맞춤화하고 있다. K트래블샵에서는 이머징 마켓 신혼여행객 전용 ‘안심 팁(Tip)’을 OS 안내문에 삽입하고, 항공사들은 boarding pass와 함께 ‘현지 음료수 직접 개봉’ 권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안전도 일상, ‘프로 여행자’의 새로운 룩이 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향후에 미칠 영향은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결코 작지 않다. 경험의 개성이 곧 안심의 전략, 경계의 취향 자체가 상품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것.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현지 상권 간의 신뢰 게임이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모험”이라는 가치관에, “나만의 루틴으로 안전을 지킨다”는 새로운 소비 심리가 덧입혀지는 시대다. 예기치 않은 위험의 시대,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