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잇는 문학적 만남, 제21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시상식의 의미

보령시와 보령시의사회, 그리고 보령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1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 시상식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의사라는 전문직과 문학, 특히 수필이라는 장르가 만나는 자리로, 올해로 21회를 맞이하며 지역문화계와 의료계의 소통, 그리고 인간적인 공감의 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상식에는 다양한 지역 인사와 문인, 그리고 수상자들이 함께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글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대상은 윤진수(연세대 명예교수) 씨가 수상했으며, 의사의 삶에서 느끼는 내면적 울림이나 의료현장에서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주목받았다.

의사 수필문학상이라는 독특한 상의 배경에는, 의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체험과 그 체험을 공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있다. 보령시가 21년 넘게 이 상을 이어온 것은, 지역이 가진 정체성의 일부로서 문화예술, 특히 자기성찰적 글쓰기의 자리를 확인하고 이를 외부와 공유하겠다는 복합적인 의도를 품고 있다. 최근 들어 의료계가 과도한 경쟁과 직업적 소진, 그리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의료인의 내면을 돌아보고 사회와 연결짓는 문학의 힘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수상작들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비슷한 취지의 행사는 서울과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문학상 외에도, ‘대한의사협회 수필문학상’, 지방에서 간헐적으로 열리는 ‘의사 수필공모전’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처럼 한 지역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보령시라는 중소도시의 지리적 한계를 우회해 다양한 세대의 의료인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왔다. 그 결과 의사 본연의 직업적 태도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의식을 고민하게 되는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의 주요 병원 출신 의사들도 역대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어 시상식의 위상이 지역을 넘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주최를 맡은 보령시의사회와 문인협회는 이날을 되새기며, 의학이라는 학문적 영역과, 문학이라는 감성적 언어 사이의 전환점을 강조했다. 단순한 글쓰기 경연이 아니라 심신의 치유, 개인적 자각, 사회에 대한 성찰이라는 세 겹의 층위에서 수필문학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심사를 맡은 이석규 보령문인협회장은 “의사는 사람의 생을 돌보는 존재이기에 그 삶의 진실을 글로도 예리하게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의료 현장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소진에 내몰리는 젊은 의사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현실과도 맞닿는다. 올해 수상자 가운데는 역동적인 현장 경험을 숙성된 언어로 풀어낸 중견, 원로의사 뿐 아니라, 이제 막 환자와 마주한 초년 의사의 글도 무게감 있게 다뤄졌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보령시의 지원과 협력 아래 열리는 본 행사는, 지역 의료인과 예술인 모두가 참여하는 문학 커뮤니티 구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매개로 의사와 환자, 지역과 사회 전반이 교차하고 만나는 새로운 문화지점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이는 곧 지방사회가 가진 문화자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의료계 내부의 인간적 교감과 정서적 환기를 촉진하는 ‘로컬 리터러시(Literacy)’의 실제라고 볼 수 있다.

의사, 환자, 지역주민, 문인들의 상호작용을 시상식이라는 의례적 장에서만 머무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 만남을 일상적 교류와 공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과제가 남았다. 아울러 수상작 중 일부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화두, 즉 의료윤리, 존엄, 삶의 의미, 죽음의 과정 등을 직접적으로 다뤘고 이는 현대사회에서 의사가 단지 치료자일 뿐 아니라 삶의 안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21년간 이어온 작은 지역사회의 문학상 시상식이 내포한 의미는, 단순한 시상 이상의 영향력과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의료계와 지역문화계, 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공감의 장이 더 풍요롭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의료와 문학의 만남이 단발적 이벤트를 넘어, 인간의 이야기를 품은 공공의 자산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가 완성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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