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식문화가 그리는 우아한 화해의 테이블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성대하게 열린 ‘식문화 교류 행사’가 막을 내렸다. 역사의 굴곡을 따라 때로는 팽팽한 긴장과도 함께해온 두 나라인 만큼, 행사는 단순한 만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며 각국 미식계 주요 인사와 셰프, 식재료 생산자, 미디어 관계자 등 다채로운 플레이어가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첫 라인은 이 행사 자체의 기획에 있다. 한식과 일식의 대표성을 상징하는 요리가 같은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이는 구성, 그리고 객석마다 각 나라의 대표적인 주류와 식기까지 사용한 세팅은 이 교류의 디테일함을 말해준다. 이벤트 속 세부적인 요리 구성과 테이블 디스플레이, 양국 셰프가 직접 설명하는 전통 조리법과 재료 스토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다이닝을 넘어 문화적 해석의 레이어를 한층 더 두껍게 쌓았다.

행사장에서는 금세 소비자의 심리가 읽힌다. 한일관계의 오랜 애증에도 불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로컬 미식에 대한 호기심과 신뢰가 두텁게 생겨난 시대, ‘미식’은 이를 확인하는 도구다. 교류 현장에 등장한 요리들은 최근 몇 년간 K-Food, J-Food의 라이징 트렌드를 민감하게 포착했다. 주요 메뉴에는 김치와 가지, 장어와 미소 등 신선하고 프리미엄화한 식재료가 사용됐고, 한일 셰프가 번갈아가며 플레이팅한 퓨전 메뉴는 SNS 인증욕구를 자극했다. 미디어는 물론 참석자 다수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플랫폼에 현장 이미지를 쏟아내며, 한식과 일식의 소비 욕구 확장에 일조했다. 실제 네이버·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종합하면, 12월 첫째주 한일 푸드 키워드 상승폭이 평시에 비해 35% 가까이 급증했다.

흥미로운 것은 양국 식문화가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기념 타이틀을 매개로 만났다는 점이다. 전후 세대 소비자는 국가정체성보다는 취향, 경험, 트렌드에 더 과감히 반응한다. 행사의 셰프들은 메뉴 선정 과정에서 국가 이미지만 강조하는 퓨전화보다 ‘현지화’와 ‘개인 취향’을 우선했다고 밝힌다. 이는 최근 3~4년 사이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글로벌 미식 트렌드, 즉 국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푸드 크로스오버, 로컬 고유 식재료 재해석, 테이블웨어 및 식음료 페어링까지 확장된 소비 심리와 완전히 맞닿는다.

이번 식문화 교류가 시사하는 바는 한일 양국이 미식 산업을 통해 문화적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구축했다는 데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 산지 식재료를 일본 고급 요리업계에 적극 공급하거나, 일본 사케·식초가 국내 미쉐린 레스토랑 오마카세에 활용되는 등, 양국 식재료와 식음료, 레스토랑 경영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일 푸드산업이 서로의 시장에서 가치있는 미식 아이콘과 로컬 브랜드를 발굴·융합해 또 하나의 글로벌 미식 비지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는 소비 중심의 사회적 트렌드를 대변한다. 한일의 식문화가 교류할 때 소비자의 SNS 참여와 오프라인 경험이 결합돼, 푸드 산업이 생활 리추얼과 취미, 여행,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명확해졌다. 참가객의 후기를 살펴보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양국 로컬 레시피나 발효식품, 종가음식 등이 스토리텔링으로 라이브 해석되는 데 강한 매력을 느꼈다 말한다. 미식은 이제 국가 바깥,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앞으로도 이런 교류 행사가 거대한 미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나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임은 분명하다. 소비자 역시 단순히 음식을 먹는 데서 나아가 경험을 ‘큐레이션’하고, 취향을 확장하며, 온라인상에서 ‘나만의 미식 컬렉션’을 자랑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욱 진화할 것이다. 국경을 넘어, 재료와 셰프, 소비자 각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의 식문화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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