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등장 예고된 ‘로봇 아이돌’, K팝과 엔터산업 판을 다시 쓸 것인가
GD(지드래곤) 소속사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5년 내 로봇 아이돌’의 등장을 예고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AI 및 로봇 기술 도입 논의가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것으로, K팝 시장뿐 아니라 동아시아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해당 발언은 단순 미래 전망이 아닌, 기획·투자·기술 개발을 아우르는 장기적 전략 목표임이 확인된다.
실질적으로 AI와 로봇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다수의 사례로 드러난다. 2023년 SM 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아바타 전문 기업이 협업한 ‘가상 아이돌’ 프로젝트, 중국 텐센트 뮤직의 AI 보컬 프로젝트 가속화 등이 동아시아 내 선행 모델이다. 지드래곤 소속사 대표의 언급은, 기존 가상/AI 캐릭터에 한정됐던 시도가 실제 로봇 기반 엔터테이너 탄생 단계로 진입해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로봇 뮤지션 ‘미라이햇짱’ 등이 이미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국내 SKT의 AI 아바타, 카카오엔터 AI 합성음 시범사업 등 다수의 IT 기업이 유사 행보에 동참한 상태다.
이처럼 ‘로봇 아이돌’ 등장에 대한 동향은, K팝 모델의 글로벌 확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과 맞물려 있다. 첫째는 인력·관리 비용 절감 욕구다. 실제 인간 아이돌의 경우 혹독한 연습생 시스템, 계약상 제약, 연예인 인권 및 사생활 문제가 끊임없이 이슈화돼 왔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가 인력 의존적 문화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둘째는 팬덤의 글로벌화에 따른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 추구 경향이다. AI 기반 아이돌은 개별 팬의 요청에 맞춘 상호작용·콘텐츠 생성이 가능하며, 언어/문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기술적으로도 Naver, Tencent, ByteDance, Softbank 등 동아시아 빅테크가 음성합성·딥러닝 기반 창작모델을 본격 상용화하며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이 실제로 K팝 시장 및 동아시아 연예산업의 근간을 바꿀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류의 경쟁력은 기획형 아이돌 시스템, 즉 인간 스타의 성장 서사·팬덤 문화·콜라보 및 논란 등에서 비롯되는 ‘인간성 드라마’에 기인해 왔다. 로봇 또는 AI 기반 ‘가상 스타’는 고도의 기술적 구현에도 불구하고, 인간 특유의 감성·우발적 상황에서의 반응·사회적 관계 구성 등에서 구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일본 내 AI 아이돌의 상업적 성공도 한계가 명확했으며, 대중은 여전히 인간 연예인에 대한 호감과 몰입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동아시아 각국의 산업 정책 및 ‘문화 소프트파워’ 경쟁도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정부는 K컬처 ‘확장현실(XR)’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나, 법률상 저작권 및 초상권 환경이 AI·로봇 캐릭터와의 상호 연결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창작물의 국가 통제, 일본은 저작권·프로듀서 중시 문화로 인해 AI 아바타의 시장성이 제한적이다. 실제 2024년 중국의 AI 가상 아이돌 도입 프로젝트는 규제와 소비자 불신으로 성과가 저조했고, 일본 역시 실제 스타의 부상과 비교해 신생 AI 또는 로봇 아티스트의 대중적 파급력이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연예’ 융합 산업에 대한 장기적 투자 추세는 뚜렷해진 상황이다.
GD 소속사의 예고는 단기적으로 투자 유치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노린 행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업계 현황과 중장기 전망은 다음과 같이 조망할 수 있다. 첫째, AI와 로봇 기술 진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실험대’가 되고 있다. 둘째, 한류 및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인간적 서사’와 ‘기술적 효율’ 간 경계가 앞으로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업계의 경쟁 구도는 기술 보유력, IP 활용 전략, 소비자 정서에 대한 조율 역량에 달려 있으며, 이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장기적으로 ‘로봇 아이돌’이 동아시아 연예·문화산업 구조에 얼마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한국·중국·일본 모두 산업정책, 기술혁신, 소비자 수용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복합 구조’임을 감안할 때, 각국의 전략과 제도의 상호 작용, 그리고 대중 정서의 변화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즉, AI 혹은 로봇이 한류의 주역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지, 혹은 인간의 ‘서사와 감성’이 다시 한 번 문화 산업의 본질임을 증명할지는 앞으로의 시장과 정책, 그리고 대중의 선택에 달렸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