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리는 시간, 사람들의 운동 이야기
가장 단순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변화가 있다. 전라남도 장흥군의 경로당. 익숙하게 보이지만 변화와 역동의 현장이다. 최근 장흥군은 경로당 운동지도자 퇴임식 및 역량강화교육을 개최했다. 한 평생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해온 운동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물러났고, 새로운 인재들이 더욱 튼튼한 지역 사회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작은 행사는 조용히 그러나 지대한 의미로 우리 공동체의 건강 돌봄 방식을 다시 가늠하게 한다.
올해로 중년을 넘어선 운동지도자 김순옥씨(가명)는 퇴임식이 끝난 날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지역 어르신들이 손바닥이 트는 겨울마다 내게 옷을 건네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고. 그녀가 새벽마다 첫 불을 켜던 경로당은 이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침햇살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장흥군 관내 94개 경로당에 파견된 운동지도자들은 단순한 체조선생이 아니었다. 이들의 손길은 곧 고독과 질병을 덜어내는 지역 복지의 첨병이었다.
이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다. 경남 사천시, 인천 강화군, 강원 철원군 등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도 유사한 정책 전개에 힘쓰고 있다. 어르신 무릎운동 건강교실, 맞춤형 가정방문 운동강사 파견은 갈수록 깊어지는 고령화 문제의 현실적 해법이다(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4032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5968). 특히 장흥군이 ‘역량강화교육’을 병행한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표창이나 훈포상에 그치지 않고, 전문역량을 길러주는 데 인력과 예산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른 지역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이런 접근이 어르신 건강지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개선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대상 집단운동 프로그램을 1년 이상 시행한 지역의 경우 낙상·우울 증후군이 11% 이상 감소하는 긍정적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남겨진 숙제도 있다. 실제로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운동지도자의 부족, 경로당의 노후화, 예산 집행의 어려움 등 여전히 갱신을 피하기 힘든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한 농촌마을 어르신은 “운동일지도 혼자 적는 게 외로워 같이 나누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노인의 건강증진 및 사회참여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점차 촘촘해졌으나, 각 기초지자체마다 지역 사정에 맞는 촘촘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또한 퇴임 후 생활보장이나 일자리 연결 등 운동지도자들의 복지 역시 지역 고령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
다시 경로당을 비추는 겨울 햇살. 지도자들이 떠나도 그 자리를 채울 더 많은 손길이 남아 있다. 누군가의 환한 미소, 몸을 푸는 스트레칭 소리, 운동화 끈을 조이는 손짓 하나까지도 이 변화의 현장에 집약된다. 우리는 통계나 수치보다, 그 안에 담긴 생활인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어르신 체조교실은 단순히 건강증진 사업이 아니다. 살아온 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을 잇는 사회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장흥과 같은 지역 사회가 지닌 따뜻한 동심원을 중심으로, 운동과 돌봄이 연결된 현장을 더욱 촘촘하게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