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딜로퀘스트’ 신설과 국내 게임산업 지형의 디딤돌

국내 최대 게임 퍼블리셔이자 개발사인 넥슨이 신작 개발을 전담할 신규 자회사 ‘딜로퀘스트’를 설립했다. 기사에 따르면 딜로퀘스트는 넥슨 내에서 분리된 법인 형태로, 노하우가 축적된 핵심 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자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신선하고 실험적인 신작을 내놓는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행보는 개발 효율화, 기획 다양화, 그리고 리스크 분산이라는 세 가지 목적에 기초한다. 우선 게임 개발에서의 구조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본사는 대형 IP(IP: Intellectual Property) 운영과 글로벌 확산에 집중하고, 신규 자회사는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소규모 프로젝트와 실험적인 도전을 전담한다. 이는 최근 업계가 인수합병(M&A)이나 내부 조직 재편을 통해 유연한 시장 대응력을 키우려는 흐름과 일치한다.

넥슨은 이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거대한 실적 기반의 라이브 게임 운용 경험을 갖고 있으나,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고민이 지속되어 왔다. 대형화된 조직 구조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험적 신작 제작이 상대적으로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번 딜로퀘스트 설립은 중간 규모의 자회사 체계가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대다수 글로벌 게임 업체가 ▲본사-자회사 분업 체제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인수 ▲내부 인큐베이팅 스튜디오 도입 같은 방식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추구한다.

흥미로운 점은 딜로퀘스트가 단순히 개발 조직의 분화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신작 개발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뉴스 본문과 관련 업계 기사([매경게임진](https://www.mk.co.kr/game/view/2023/12/11111/), [인벤](https://www.inven.co.kr/board/webzine/4196/1111110))에서도 비슷하게 지적했듯,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AI, 클라우드, 크로스플랫폼 등 신기술 채택과 참신한 게임플레이 실험이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다. 딜로퀘스트는 프로토타입의 빠른 제작과 반복 테스트, 그리고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넥슨이 도입해 온 ‘라이브 서비스 자동화’, ‘AI 기반 게임 밸런싱’ 등 첨단 개발 원리와 맥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넥슨은 내부적으로 자체 AI 시스템을 통해 신작의 난이도, 경제 시스템, 유저 동선 분석을 자동화하고 있다. 이는 개발 속도를 극적으로 단축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타이틀을 트라이얼 런(trial run)처럼 선보일 수 있도록 한다. 딜로퀘스트는 이러한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초창기 시험적 프로젝트들을 선보인 후, 성과가 확인된 경우 주요 IP로 확장하거나 출시하는 로드맵을 갖는다.

이 같은 원리의 실질적 사례로는 라이엇게임즈의 ‘오토체스’ 프로젝트,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초기 인큐베이팅,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스튜디오별 독립신작 개발 전략이 있다. 각 사례 모두 실험성이 확보된 프로젝트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성공적으로 대형화 되었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혁신력과 신시장 개척의 밑거름이 되었다.

국내 업계에서는 최근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도 유사한 자회사 분할 및 인큐베이팅 스튜디오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과의 차별점은, 기술 기반의 신속 실험(rapid prototyping)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느냐의 여부다. 넥슨의 딜로퀘스트 신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조직 분할·증설이 아니라, AI, 클라우드, 게임 밸런싱 자동화 등 첨단 기술력이 융합된 소규모 신작 개발 모델로 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는 극심한 경쟁과 과포화 현상 속에 신생 IP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향후에는 딜로퀘스트의 첫 신작이 어떤 혁신을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프로토타이핑·AI 분석 기반 제작 방식을 정착시킨다면, 국내외 게임 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초대형 라이브 게임의 성공 경험이 신규 자회사로 적절히 이전된다면, 한국 게임 산업의 중장기적 혁신구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재미’의 영역을 넘어서, 첨단 데이터 분석·크로스플랫폼·블록체인·AI 기술이 총체적으로 융합되는 종합 기술산업으로 진입하였다. 넥슨의 전략적 분사가 이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그 귀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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