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 유치 추진, 전남도의 전략적 셈법과 과제

전라남도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 행사를 여수에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제도시 이미지 제고,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다층적 목표를 동시에 내건 시도다. 전남도와 여수시, 그리고 관련 유관기관들은 최근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민관 합동 추진단과 전문가 자문단까지 동원하여 유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치가 성사되면 여수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이후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받게 된다. 이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남 및 여수의 국제적 위상과 기술·산업 생태계 재정비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유엔기구의 대형 국제행사 유치는 정부 차원의 컨센서스와 상당한 행정력, 그리고 설득력 높은 명분이 ‘전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형식적 절차보다 실질적 기여도와 인프라 역량, 그리고 개최지의 ‘지속가능성 비전’ 등 다층적 요건을 엄격하게 본다. 전라남도가 내세우는 해상풍력·녹색에너지 클러스터, 남해안 해양생태계 보전 사례 등은 강점이나, 서울·부산 등 대형 도시와의 인프라 비교에서는 아직도 약점이 적지 않다. 특히 ‘국책 행사’로 정부의 적극적 전폭 지원 없이 국제행사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냉정히 짚어야 한다. 최근 서울시가 ‘기후에너지포럼’ 등 다양한 글로벌행사로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행정수도논쟁에서 봤듯 지방정부의 국제행정 역량 한계, 정부-지자체 간 협력 구조의 개선 필요성 역시 부각된다.

지역정치권과 경제계의 셈법도 복잡하다. 도와 시, 상공회의소, 각종 유관기관은 ‘국제 행사 유치’를 초당적 의제로 내세워 결집을 시도한다. 반면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사전 평가와 재원 지원이 미진할 경우 표면적 구호와 실질적 액션 사이 괴리가 커질 수 있다.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이행속도, 실질적 창출 효과 관련 구체적 수치와 로드맵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소수 전문가 그룹에서 제기된다. 주요 전국 일간지와 환경 전문지 등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공모 패턴을 분석해 ‘한국 개최’ 가능성은 상당하지만, 유치도시 내부의 구체성·연속성 확보 없이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소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실제 부산엑스포 사례처럼, 국제행사 유치전은 국내 경쟁 도시, 아시아권 타 국가와의 자원전쟁과 유사한 권역 전략 구도가 형성된다.

여수는 2012년 박람회 이후 국제행사 도시 브랜드 강화를 공공연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10년을 훌쩍 넘기고도 ‘지속가능한 산업구조 전환’ 성과, 친환경 인프라 구축의 실질적 확장 등에서 기대 이하라는 내부 반성론이 남아 있다. 대형 PL 관련 사고, 석유화학단지 안전 리스크, 관광객 유입의 계절 편향성 등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이번 기후주간 유치는 단순한 국제행사 유치 수준을 넘어 산업구조·도시 브랜드·기후리더십 동시 전환의 테스트대다. 하지만 행사 유치만큼이나 ‘사후 관리’와 전략적 후속정책 설계가 중대하다. 국제행사가 단발 이벤트에 그칠지, 혹은 지역산업·기후산업의 성장 기폭제로 자리 잡을지는 지금부터의 행정력·정치력에 달렸다. 정책적 리더십과 시민적 공감대, 실질적 이행 로드맵의 조화가 필요하다.

여야 정파 공동의제라는 명분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행정의 연속성, 지역정치와 중앙정부의 실질적 파트너십, 그리고 국제행사 유치 뒤 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단순 유치 성과주의, 인프라 일회성 투자에 그칠 경우 지방 대도시의 국제행사 유치는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열광’에 불과하다.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 유치전은 대한민국의 지역균형발전 전략, 그리고 기후정치의 구체적 역량과 실력, 미래 비전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봐야 한다. 결실은 결국 ‘지역과 국가를 동시 성장시키는 그랜드 디자인’이 현실적 전략으로 구체화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