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격차만큼이나 본질적인 ‘안전’ 경쟁: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전환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발언을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격차’보다는 ‘안전’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은 국내외 산업 구조와 자율주행 시장 내 최근 흐름, 그리고 미래 전략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누가 더 빠른가’보다 ‘누가 더 안전한가’가 우선시되어야 하고,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차 L3 단계 양산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 중이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 전환, OTA·AI 기반 통합 제어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영역에서 ‘격차’는 단순한 시간적·기술적 차이를 의미하기보다는, L2에서 L3·L4 레벨로의 진입을 누구보다 빨리 선언하고 적용하는 속도가 전장(Electronics)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역량의 총합임을 의미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자율주행 사례, 예컨대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 베타 프로그램의 반복되는 안전 문제,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의 도심 자율주행 서비스 일시 중단 사례 등은, 지나친 기술적 ‘선점’ 경쟁이 오히려 산업 전체의 신뢰와 확장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전’을 모든 기술 혁신의 척도로 삼는 접근을 택했다. 국내외 제조사 중 가장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L3(LV3) 레벨 대중화의 장벽이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실증 데이터, 그리고 법제도・소비자 신뢰 확보임을 고려하면 실용적 전략에 근접한다.

시장 데이터상, 2025년 기준 글로벌 L3·L4 자율주행차 합계 출하량 전망치는 200만대를 충분히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나, 그 대다수가 제한조건(지정된 도로, 날씨, 차량간 통신 등) 하에서만 운행 가능한 수준에 머문다. 안전 담보 없는 확장, 즉 규제 대응 미흡이나 시스템 결함이 일으킨 단 한 번의 대형 사고는 치명적인 브랜드 리스크와 시장 지연을 야기한다. 현대차의 관점에서 이는,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스마트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혁신의 한가운데서, 기술 도입의 속도와 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이 바로 ‘안전’임을 역설한다.

또한, 자율주행차 관련 해외 정책은 가속화와 제동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ISA(Intelligent Speed Assistance)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의무화, 미국은 각 주별 개별규제 적용 등 글로벌 시장의 규제 환경이 예측 불가하고 복잡하다. 일본 도요타 역시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Toyota SWM)과 별개로 모빌아이, 스바루 등과의 파트너십에 기반한 MDV(Multi Domain Vehicle) 표준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중심 역시 ‘사고 제로’ 실현이다. 글로벌 흐름은 결국 기술적 ‘선점’ 경쟁과 별개로, 데이터, AI, 통합센서망을 통한 실제 환경의 ‘안전’ 설계 역량이 각 그룹의 기술적 사회적 영향력을 좌우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안전’은 복합 시스템 통합 역량을 요구한다. 적용되는 AI 알고리즘의 실패 가능성, 차량 내외부 통신 인프라의 취약점, 수천만 장에 이르는 실도로주행(Road Test)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의 편향 문제 등, 각 단계마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방해하는 복합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국내외 AI 스타트업, 안전 인증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내년 상반기부터 L3급 자율주행을 탑재한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일 기술 도입이 아니라, 철저한 실증과 데이터 축적, 지역별 법·제도 적용 및 컨슈머 피드백 통합이 병행되는 다각적 접근 전략이다.

주주 및 투자자 관점에서도 그룹 차원의 보수적 ‘안전’ 기조는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2024~2025년 미국·유럽·중국 내 자율주행 프리미엄 부문은 단기적 마케팅 요인보다 사고 리스크, 사회적 수용도, 보험·생명 등 2차 파생산업 영향까지 고려한 기술 신뢰도 기반 시장이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전략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리더십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입지, 산업 전체의 신뢰회복 시계에서 ‘안전’을 기업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 배치하는 ‘구조적 전환’임을 확인시킨다.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 격차보다 중장기적 생존과 산업 리더십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조업계에 의미 있는 경종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 서하준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