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스토랑’ 300회의 기록과 7.8억 기부, 예능이 만든 선순환의 힘

‘편스토랑’이 어느덧 300회를 맞이했다. KBS 2TV에서 2019년 10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음식’을 매개로 하는 착한 예능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며 한 걸음씩 기록을 쌓아온 흔적이다. 2025년 12월 6일 기준으로 밝혀진 ‘누적 기부액 7.8억 원’은 단순한 시청률 집계 이상의 집단적 선의와 영향력, 그리고 국내 예능 형식 확장의 물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위축됐던 시기에, ‘편스토랑’은 ‘요리’를 통해 감정적 연결과 나눔, 소비자 참여를 융합시킨 보기 드문 사례가 됐다.

본래 ‘편스토랑’의 콘셉트는 스타와 셰프, 그리고 가족단위 출연자가 각각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승리한 레시피는 실제 전국 편의점에 상품화되어 맛볼 수 있게 하는 ‘푸드 배틀’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 독특한 구조는 곧 프로덕션의 이익을 넘어, 실질적이고 반복적인 기부 시스템이라는 순환을 열었다. 방송 노출, 상품화, 소비, 그리고 그 수익 일부를 기부로 연결하는 일련의 구도에서 프로그램은 생색내기나 감동 연출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매회 다양한 출연진이 자신의 진심을 담아 ‘새로운 음식, 새로운 나눔’을 구현했고, 이는 방송 예능의 ‘메시지’ 역할, 즉 장르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확장된 논의로 번졌다.

최근 ‘편스토랑’ 300회 특집분에서는 그간의 기부 내역을 정리하면서, 어떤 음식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사회로 환원되었는지에 대한 통계와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보면, 단순히 ‘출연자 개인의 선행’이나 ‘방송국의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중문화 구조가 ‘선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이룬 흔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출연진 면면을 살펴보면, 이영자, 오윤아, 정일우, 이유리 등 각기 다른 스타일과 세대의 배우, MC, 셰프들이 삶의 서사와 취향, 가족애, 혹은 소외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음식에 녹였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일상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각자의 경험이든 상처든 모두 새로운 음식으로 귀결되어 시청자에게 다가선다.

이처럼 ‘편스토랑’은 단순한 레시피 예능을 넘어서 ‘공감과 연결’의 코드를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기부금에만 시선이 집중되면 자칫 숫자의 마케팅에 그칠 수 있으나, 주요 회차에서는 음식 상품 출시 과정이 단순한 홍보의 장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이영자의 ‘마장동 김치말이 국수’나 정일우의 ‘어부칼국수’는 자전적 스토리와 가족, 가게, 이웃의 이야기들을 접목해 상품의 사회적 가치와 정서적 감응을 동시에 끌어냈다. 동시에 편의점 유통이라는 채널에서 대중적 접근성, 즉 ‘누구나 맛볼 수 있음’이라는 민주적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OTT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상파 주말 예능만의 역할과 존재 의의이기도 하다.

최근 타사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편스토랑’만의 유효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놀면 뭐하니?’(MBC)는 셀럽들의 도전과 프로젝트 중심, ‘삼시세끼’(tvN)는 자연과 휴식의 미학에 집중하지만, 이들 모두 반복되는 포맷과 스타 의존도를 지적받기도 한다. 이에 비해 ‘편스토랑’은 ‘음식=상품=기부’라는 3단 구조를 내세워, 사회적 기여와 대중참여를 ‘프로그램 포맷’ 자체에 넣었다. 더불어 음식의 개발 과정에서도 감성적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병치되어, 방송 자체가 하나의 다큐멘터리이자 집단적 퍼포먼스가 된다. 이는 영화나 OTT 콘텐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정보 제공 이상의 ‘사연+체험+공감’ 프레임을 방송 콘텐츠가 고민할 때, 소비자도 진심으로 반응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한국 예능의 오랜 쟁점 중 하나는 ‘자발적 나눔’과 ‘방송의 상업화’의 경계였다. 하지만 ‘편스토랑’은 ‘해결책’을 찾았다기보다는 ‘활동의 지속성’ 자체가 곧 해답임을 증명했다. 기부액이라는 정량적 성과 이면에는, 매주 반복되는 ‘음식 배틀’이라는 틀과 그 속을 채우는 출연진의 자기 고백, 가족애, 소소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까지 얽힌다. 가장 한국적이지만 가장 소박한 방식으로, 방송은 어느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 결과는 느리고 작지만 진정성 있다. ‘편스토랑’이 보여준 이 여정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능이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의 힘, 그리고 그 힘을 일상으로 스며들게 한 이 프로그램이 우리 미디어 지형에 남긴 발자국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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