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60년, 한 상에 담긴 화해와 공존의 풍경

호텔의 연회장이 스미듯 스미는 미소와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찼다. 식탁마다 초대된 손님들의 설렘이 퍼져 나가고, 테이블에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서로의 경계를 녹이며 나란히 놓였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식문화 교류 행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재계 인사는 물론, 양국의 셰프와 식문화계 인사들, 청년세대와 중장년까지 다채로운 얼굴들이 모였다. 기사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양국 문화의 맛과 이야기가 좁고 넓은 통로를 오가며 섞여드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사케 한 잔이 각자 손에 들려 있을 때 저마다의 미소가 처음엔 조금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한국의 갓김치와 일본의 신선한 초밥, 각국의 계절 감각이 살아 있는 음식들이 접시에 담길 때마다 거리감은 사라졌다. 기사에 따르면, 한일 국교 회복 60주년이라는 무게감 진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도 음식은 그 자체로 언어가 되고 배려와 존중의 매개체가 되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양국의 오해나 긴장보다는, 함께 음식을 나누는 순간의 즐거움이 무엇보다도 실감나게 전해졌다.

다른 주요 언론사 기사들도 한 목소리로 이번 행사의 의미와 분위기를 전한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등은 현장 감상을 빼놓지 않고, ‘구름처럼 모여든 셰프들과 미식가들, 국경 없는 한상 차림’이라는 묘사로 현장의 열기와 창조적 조화의 순간을 그렸다. 연합뉴스의 보도에서는 한일 셰프가 각자의 레시피와 손맛을 교환하는 모습, 즉석에서 담아내는 김치말이와 화려한 회덮밥 한 접시가 푸드 퍼포먼스처럼 펼쳐지는 장면이 메인 스토리가 되어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했다. 음식이라는 생활문화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감각과 기억을 공유하는지, 연회장 밖으로도 그 진동이 오래 퍼진다.

행사 관계자들은 음식 교류의 의미를 “과거보다는 미래, 경계보다는 소통”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인터뷰에서는 일본 음식문화협회 관계자가 “한식의 손맛에서 배려와 온정을 배웠다”고 했으며, 한국 셰프 또한 “일본 가정식의 섬세함은 우리에게 신선한 영감”이라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한 점은 양국 음식의 화려함이나 스타일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의 식문화 깊숙이 들어가 작은 차이점에도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과정이었다. 단순한 공동 조리 행사를 넘어, 삶을 이루는 사소한 식사 습관, 준비와 나눔의 리츄얼까지 오롯이 공유됐다.

행사장의 분위기와 참가자들의 모습을 곱씹어 보면, 음식이란 물리적 생존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각각의 냄비와 조리도구, 접시에 담기는 색채와 에피타이저, 코스 사이사이를 메우는 이야기가 곧 역사와 일상, 서로 다른 시간이 한 곳에서 만나는 거대한 경험이 된다. 섬세하게 썰어진 유부초밥과 느릿하게 익혀낸 보쌈 한 점에는 시간의 성실함과 손길의 온기가 동시에 스며 있었다. 얼마간은 서로 말이 줄더라도, 각자의 젓가락이 한 상 위에서 교차하는 순간만으로도 은근한 정이 통하고, 오랜 묵은 오해와 거리감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청주와 소주, 간장과 된장이 다정하게 어우러지는 찰나, 음식이 이끄는 감각의 소통은 정치나 역사적 담론과는 전혀 다른 결대로 퍼진다.

최근 한일 문화교류와 관련한 미디어 논조를 종합해 보면, 음식은 여전히 복합적인 맥락의 상징체다. 때론 일본식 요리의 한류화, 때론 한국 전통음식의 일본 내 인기 등 문화 확산의 방향이 팬데믹 이후 더욱 긴밀해졌다. 일부 신문에서는 퓨전 음식의 범람이나 레시피 차용에 대한 논쟁을 전하기도 했지만, 이런 논쟁마저 음식의 힘, 문화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감의 표현이었다. 지난 10년 한일 관계 보도와 견줘보아도 최근 식문화 교류 기사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어조와 경험 중심의 접근을 보이고 있다. 이 흐름에는 젊은 세대 미식가들, 식당 창업가, 여행객들의 열린 태도가 힘을 보탰다.

한일 양국이 걸어온 시간은 때때로 아프고 아릿했던 과거로 기억된다. 하지만 올겨울 밤, 한복판 연회장에서 올려진 상 위의 섬세한 맛과 따스한 정, 낯설지만 오래 남을 향기의 여운은 앞으로의 60년에도 또 다른 봄의 씨앗이 되리라 생각한다. 음식이란 그러하다. 갈등을 딛고 한잔 술, 한 입의 밥으로 지난 시간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지워낸다. 손에 남은 온기가, 입안에 맴도는 맛이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저녁이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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