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의 해법, 장기 국가경쟁력에서 찾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가 ‘환율 근본 해결책은 장기 국가경쟁력 제고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정부의 외환시장 대책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구 부총리는 12월 6일 환율 변동성을 일시적인 시장 충격이 아닌 우리 경제의 근본 체질, 즉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환율이 오르내리면 기업과 가계 모두가 영향권에 들어선다. 수출기업에게는 고환율이 일시적으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결국 부담이 커진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환율 급등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국내 금리 정책, 무역 수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우리나라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한 번에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요인들이다.
단기 대응만으로는 환율 안정이라는 숙제를 풀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정부의 단기 금융 대책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전반적 경쟁력, 즉 성장동력의 견고함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구 부총리의 이번 발언에는 이런 시각이 녹아 있다. 최근 일본 엔화 약세가 자국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연금과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라는 부작용이 컸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제는 복잡계다. 외환시장 역시 뚜렷한 정답이 없다. 하지만 각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산업구조의 고도화,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등이 대내외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일, 싱가포르, 스웨덴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 튼튼한 중소기업 생태계와 연구개발 투자,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있었다.
우리 경제도 이미 여러 차례 어려운 환율 상황을 경험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팬데믹 직후 원화가치 급락 등 위기는 반복되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사상 초유의 긴급 외환 공급, 금리 인상, 외화유동성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시의적절한 시장조치로 급격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최근의 환율 변동폭에는 투자심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당국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장기 국가경쟁력’이라는 단어가 다소 멀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간단한 예로, IT업계에 종사하는 중소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 때문에 수익성 계산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공장 자동화 기계를 수입하던 전북의 중견기업 B사 역시, 환율이 불안정해지면서 전체 원가구조가 뒤흔들리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경제 주체 모두가 환율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강조한 ‘장기 경쟁력 강화’는 규제 혁신, 기술 인재 양성, 신성장동력 발굴 같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핀테크 산업 육성, 디지털 금융 인프라 고도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미래경제 구조 구축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 금융 측면에서도, 예·적금 우대, 금융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대출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쌓여야만 대외 충격에도 강인한 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단기간 내에 환율 안정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를 바라보는 비판도 존재한다. 특히 물가 상승, 수입품 가격 인상, 해외 유학이나 여행을 준비하는 가계 부담 증가는 정책 체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거시경제의 건강한 기초 체력을 만들어가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특히 은행과 핀테크 업계 전문가들은 혁신금융·소비자 보호와 같은 구조적 개혁이 환율 안정과 중장기 성장 모두에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복수의 경제지([한국경제](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4120600003),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economy/11077955))에서도 환율 문제의 본질이 단기간 ‘시장 개입’ 그 자체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임을 지적한다. 외환 변동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마다 ‘구조적 체질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경제적 안정감은 결국 미래 준비에서 비롯된다.
외환시장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의 체감 온도와 직결된다. 오늘의 환율은 단기 대책으로 잠시 억눌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꾸준히 성장하느냐에 달렸다. 구 부총리의 진단처럼,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대책만이 진짜 실효성 있는 답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 금융권,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