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생존과 도약의 갈림길: 제약사의 새로운 도전이 사람에게 닿을 때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제약업계를 관통하고 있다. 연일 신약, 신기술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눈을 돌린 새로운 성장축은 다름 아닌 ‘디지털헬스’다. 최근 네이트 보도(‘제약사 새 성장축 ‘디지털헬스’…의료기로 돌파구 찾는다’)에 따르면, 치열해진 의약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외 굴지의 제약사들이 스마트 의료기기, 원격진료 솔루션, 건강관리 플랫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제약기업 임상혁(가명) 이사는 “오래도록 제약은 약만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 환자가 우리와 만나는 접점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헬스케어 서비스 전체에 참여해야만 경쟁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변화의 현장을 실감 있게 전해준다.

사실 이 움직임은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진료의 대중화와 맞닿아 있다.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웠던 그 시기,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건강을 관리했고, 혈당·혈압을 재는 디지털 기기를 집에서 손쉽게 접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표한 산업 동향 자료(2024)에서도, 이미 세계 디지털헬스 시장은 연평균 15%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2027년 800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삼성바이오, 한미약품, 대웅제약, 셀트리온 등 많은 기업이 디지털 헬스 및 의료기기업 투자에 뛰어든 상태다. 기술과 약이 만나는 융합의 흐름 속에서, 환자들의 경험과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묻는 목소리도 점차 커진다.

조현아(가명, 41세)는 당뇨로 오래 고생했으나, 최근 대형 제약사에서 개발한 혈당모니터링 앱을 사용하며 “생활이 눈에 띄게 편해졌어요. 예전엔 병원, 약국, 보험사, 제약회사로 따로따로 연락해야 했죠. 지금은 앱 하나에서 혈당을 확인하고, 상담예약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기기와 IT 서비스가 결합하며 환자 중심의 통합적 관리가 실현되는 사례는 흔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결국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켜가고 있음을, 현장 환자와 보건의료진, 그리고 가족들이 하나둘씩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련의 혁신들 이면에는 부작용과 우려도 상존한다. 디지털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 개인정보 유출 등 데이터 보안 이슈, 그리고 원격진료 확장에 따른 지역 격차와 의료 사각지대 문제까지, 간과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들이 줄지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의료기기협회 조사에서는 “환자들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4%에 육박했다. 신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안전하고 공평하게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미흡하다.

그래서 이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는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의료기기가 개발되어도 이를 쓰는 이들의 일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혁신의 의미는 반감된다. 심장질환을 앓는 노인 박지순(가명)은 매일 착용하는 웨어러블 심박 측정기에 대해 “기계에 의지하고만 싶지 않아요. 언제나 옆에서 물어봐주고, 함께 살펴줄 사람이 필요하죠”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디지털헬스가 구체적으로 닿아야 할 곳은, 바로 이런 ‘사람의 옆자리’다.

외신을 비롯한 복수의 국내 기사에서도(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 디지털 의료기기 전쟁’; 동아사이언스, ‘디지털 치료제 허가는 어디까지 왔나’; 서울신문, ‘디지털헬스, 기술 넘는 돌봄의 새길’)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용’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된다. 디지털헬스가 제약사의 단기 수익 확대만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확장판이자 지역·연령을 뛰어넘는 돌봄 체계로서 자리잡으려면, 제도와 사회 전반의 책임 있는 뒷받침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접근성 지원, 의료 데이터 신뢰도 확보 같은 ‘함께 가야할 규범적 질문’이 더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제약사의 디지털헬스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과열되는 경쟁과 신기술의 찬란함 이면에 어쩌면 쉽게 잊힐 수 있는 ‘사람의 건강’을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일상이 더 나아지는 길, 더 많은 이들이 혜택받는 포용적 건강관리의 미래, 이것이 제약사가 오늘 만든 디지털헬스의 길이 되어야 한다. 변화 앞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손을 끝내 놓지 않는 것. 그 따뜻한 용기가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신뢰를 지켜갈 것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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