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의 ‘전설’을 넘어 영원으로: 벽화와 동상, 그리고 축구사의 의미
하얀 리넨 위에 칠해진 벽화 한 점이 이토록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은 손흥민이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와 같다. 최근 잉글랜드 토트넘 구단 주변에서 손흥민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다. 따뜻한 붓질 하나하나마다, 7시즌째 토트넘을 이끄는 주장 손흥민의 땀방울과 열정, 그리고 무수한 결정적 장면들이 녹아들고 있다. 종종 스포츠문화에서 벽화란 한 도시와 그 스타가 이룬 공동체적 유산을 압축시켜 보여주는 상징이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선수의 업적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SON 7’이라는 상징 역시, 이제는 구단 벽면에 새겨질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수많은 밤, 경기장 위를 수놓던 손흥민의 질주는 이제 진짜 영원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공개된 벽화는 단순 소비재가 아니다. 이는 영국 축구 문화 특유의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이자 기념비적 동행의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이 남긴 실적을 데이터로 환원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역대 토트넘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현재 160골 돌파), 시즌 20+골 두 시즌 기록,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아시아선수 최초의 득점왕.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의 전형적 본분만이 아닌, 팀플레이의 핵심 조율자로서의 포지셔닝 이동과 압박, 그리고 리더십. 그는 단순한 스코어러가 아니라 경기장을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가깝다. 전술적으로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단 한걸음의 움직임이 상대 수비 라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허브형 스태틱 포워드’의 완성형이다. 이는 한때 토트넘을 빛낸 레전드 즈네딘 지단이나 해리 케인과도 또 다른 독자적 레이어를 형성한다.
영국 현지 언론과 이와 유사한 글로벌 축구 전문 매체, 그리고 토트넘 팬 커뮤니티까지 일제히 벽화 프로젝트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BBC, 가디언, 데일리 메일, 풋볼런던 등도 손흥민의 커뮤니티 가치를 강조한다. 이들의 논지에 따르면, 단칼에 역동적으로 경기를 뒤집는 손흥민의 존재가 토트넘 팬들의 정체성 그 자체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이 ‘벽화 다음엔 손흥민 동상도 기대한다’는 반응을 쏟아내는 이유 역시, 단순히 눈앞의 골을 넘어선, 구단 전 역사에서 손흥민이 점한 상징적 위치에 있다. 알렉스 퍼거슨 시대의 맨유에서 박지성과 긱스가 보여줬던 기여, 리버풀의 제라드, 첼시의 램파드와도 결을 달리한다. 손흥민은 구단과 지역 사회가 공존을 선포하는 지점에서, 한류 아이콘과 세계적 ‘월드스타’라는 빛나는 이름이 유럽 축구 문화에 깊게 파고들었다.
비판적 관점에서 본다면, 벽화만이 손흥민의 전설을 정의할 수 있는가는 고민이 남는다. 유럽축구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 혹은 구단 내 동상 설치가 ‘진짜 레전드’의 최종 인증인 것도 사실이다. 해리 케인, 지미 그리브스, 글렌 호들, 게리 리네커 등 토트넘 역대 최고 선수들과의 기준 비교에서는 아직 ‘동상’의 엄격한 벽이 남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손흥민의 토트넘 내 지속적인 퍼포먼스, 주장 완장과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무형의 영향력은 단순 골 기록 그 이상이다. 실제로 빅6 클럽들이 상징성을 확대시키려 할 때 손흥민 수준의 스타는 항상 한 축을 담당해왔다. 구단 관계자들이 동상 논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배경이기도 하다.
더 넓은 시야에서 볼 때, 손흥민의 축구 인생과 토트넘 벽화의 의미는 곧 K리그,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의 성장사를 대변한다. 최근 K리그 출신들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손흥민 벽화는 ‘아시아-유럽 간 축구 문화 교류’의 또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전술적 해석을 더하면, 손흥민이 갖는 다이나믹한 2선 침투, 변칙적인 오프더볼 움직임, 그리고 순간적인 1:1 돌파 능력은 그 자체로 유럽 축구의 트렌드를 바꿨다 볼 수 있다. 토트넘,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아시아 최초의 벽화 선수’란 이미지는, 이후 동양권 선수들의 도전 심리를 자극하는 텍스트가 될 전망이다.
결국 손흥민 벽화는 한 명의 스타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토트넘 지역 문화와 전 세계 축구팬, 그리고 아시아 축구 계보를 잇는 마중물이자, 앞으로 이어질 ‘동상 설립’ 그리고 ‘월드클래스의 계보’로까지 이어지는 서사의 시작점이다. 7번을 입은 영원한 주장, 손흥민. 그가 벽화 앞에서 미소짓는 날, 토트넘과 아시아 축구는 모두 새로운 이정표를 맞이하게 된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