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율주행 시범지구, 상암의 우월한 성적과 부산의 도전: 실증데이터로 본 지역별 격차와 혁신과제

국내 자율주행차 실증사업의 현주소가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전국 자율주행 시범지구의 2023년 하반기 운영 실적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상암은 “매우 우수”, 세종과 대전은 “우수”, 제주와 대구가 “보통”, 그리고 부산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 평가는 △실증데이터 확보 △서비스 다각화 △안전관리체계 △국민 인지도 등 네 가지 주요 분야에 걸친 정량·정성 지표에 기반하고 있다.

상암 자율주행지구가 ‘매우 우수’ 판정을 받은 주요 요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공공부문 실증과 복잡한 교통환경에서의 주행도전성, 그리고 시민 대상 상시 셔틀서비스 운영의 안정성이다. 상암 일대는 복합 교차로, 혼잡한 대중교통, 다양한 신호제어 장치 등 자율주행차 입장에서 현실적 난도가 높은 실도심 환경이다. 실제로 상암에서는 월평균 1300회가 넘는 자율주행 주행기록이 축적됐고 운전자 개입률도 타 시범지구 대비 낮았다. 이는 기술적 검증과 시민 수용성 양면에서 진일보한 지점으로, 해외 도심형 실증 사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부산 자율주행지구는 실증 횟수와 서비스 다양화, 안전보고 체계 모두 한계에 직면했다. 부산시의 경우, 도시철도·탑승객 연계성 확보가 미흡했고, 자율주행 셔틀 노선 역시 도시관광지 중심의 반복적 경로에 머물렀다. 특히 차량 통신 인프라(V2X) 구축이 늦어지고 있어 실시간 교통관리 및 이상 상황 대응, 데이터 공유의 전체 과정이 지체됐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부산의 월간 실증 횟수는 230회에 머물러, 상암의 17%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전국 시범지구와 달리 부산은 시민 탑승형 서비스에서 안전 이슈에 따른 잠정 중단이 2회 발생했다. 이 격차는 결국 지방정부의 투자력, 도시 교통 인프라 현대화, 민간사업자 참여역량이 자율주행 실증의 성패에 결정적 변수가 됨을 보여준다.

자율주행 시범지구의 기술적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은 주행 데이터 다양성과 품질이다. 상암의 데이터는 다양한 시간대, 복잡도 높은 환경, 비상상황 대응 주행 내역이 풍부하다. 이는 딥러닝과 AI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의 안정성 진단과 소프트웨어 비용절감에 직접적인 이점을 준다. 실제 현대차, HMGICS, 포티투닷 등 상암 실증사업 참여 기업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회피조향, 긴급제동, 차선유지보조 등 고난도 L4 수준 주행 알고리즘을 동적으로 개선했다. 반면 부산 등 ‘미흡’ 판정 지구에서는 데이터 복합성이 낮고, 이상주행 샘플이 적어, 본격적 자율주행 상용화에 필요한 시나리오별 안전성 검증에 한계가 노출됐다.

다른 시범사업 지구의 최근 동향과도 대조적이다. 세종시의 경우, 지방중심 행정 타운 내 자율주행 셔틀이 BRT 및 수요응답형 모빌리티와 연계되어 운영 중이고, 대전시는 출퇴근 시간대 한정이긴 하지만 다수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주행 실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제주와 대구 역시 도심-관광지 연계형 자율주행 여행상품, 대학도시 내 보행자 중심 테스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으나, 디지털 트윈 등 고도화 데이터 현장 적용에서는 서울 상암이 확연한 우위다. 번역컨트롤타워 부재, 도시 시스템 노후화, 중소사업자 실증 기회 부족 등 전통적 지방모빌리티의 구조적 한계가 대부분 지구에서 여전히 장애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시범지구 운영 실태에 비추어볼 때,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의 선결조건은 ‘데이터 기반 검증환경’과 ‘시민 체감도 높은 서비스 확장’으로 집약된다. 친환경 진보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자율주행 실증은 결국 교통사고 저감, 에너지 최적화, 탄소중립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이바지해야 진정한 혁신이 된다. 일례로 상암지구 실증에서 보고된 올해 초 평균 연비(전기차 환산) 효율은 이전 대비 약 24% 개선되었으며, 안전사고 건수는 인력 운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정량적 데이터는 자율주행의 민간·공공 연계 활성화, 투명한 실증데이터 공개와 분석, 국민신뢰 형성을 위한 결정적 근거다. 반면, 평가가 미흡한 시범지구에서는 신뢰 데이터 부족이 투자 회피, 지역 격차 심화를 야기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시범지구 평가체계는 고도화된 교통 시뮬레이션 플랫폼 도입, 로컬 단위 실증데이터 표준화,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더욱 정교해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전국 단위의 기술력 균형 성장과 저탄소 모빌리티 사회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래 자율주행경쟁에서 한국이 글로벌 기술표준을 선점하려면 상암 같은 모델의 전국적 확산과 지방지구의 혁신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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