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e스포츠의 새로운 파도, 북구청장배 아마추어 대회의 의미와 구조
2025년 12월 광주 북구에서 펼쳐진 ‘북구청장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는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진짜 생활·경쟁 사회로 진입했음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이벤트였다. 행정 단위의 공식 지원 아래 직접 발굴·육성되는 아마추어 선수 시스템, 전국 300여 명의 참가자와 단단히 짜인 오프라인/온라인 메타 구조, 현장 전경과 참가자 열기가 영상·사진으로 쏟아진 순간, 한국 e스포츠의 뿌리 확장 신호가 명확해진다.
대회 중심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피파 온라인 등 국민적 팬덤을 가진 타이틀이 주를 이뤘다. 경기 포맷은 프로와 다른 오픈 토너먼트 방식. 개인과 팀 모두 초보부터 실력파까지 넓게 받아들이면서, 시세를 나누는 커뮤니티 기반 접점이 극대화된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올해는 대학생·청소년 참가 팀 비중이 눈에 띄게 상승, 지역과 세대를 잇는 교집합 창출이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프로 e스포츠 구단이 수도권 대회나 프랜차이즈 리그 메타에 집중하는 현환경에서, 이런 오픈 대회를 통해 재능이 지표화되고, 정보와 네트워킹 자원이 분산 공급된다는 점이 매년 확실히 업계에 체감을 더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역 e스포츠 저변 확대는 일회성 이벤트 이상임이 분명하다. 2024년 대구광역시 ‘시장배 e스포츠대회’나 2025년 예정된 부산진구 ‘드림리그’ 역시 비슷한 구조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의 전략은 명확하다. 1) 아마추어 참여 확장, 2) 게임리터러시 상승, 3) 지역 브랜드 상승. 올해 북구청장배는 등록자 수, 대회 중계, 사회적 관심도에서 모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드러난 메타는 ‘지역 기반-개방형 토너먼트-커뮤니티 서포트’ 3축 구조로, 기존 e스포츠 프로씬의 폐쇄성에 균열을 낼 자생적 장치로 진화 중.
2025년 국내 e스포츠 씬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 구단 중심의 K리그 패턴과, 지자체·지역 아마추어 리그 이원화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대형 스폰서와 방대한 운영 자본이 투입되는 LCK나 LCK Challengers와 달리, 아래에서 층층이 올라오는 선수 발굴과 팬덤 신호는 지역 대회에 더 가까이 있다. 이른바 ‘풀뿌리 스카우팅’이 다시 살아나고, 지역 커뮤 기반의 밑그림에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드러내는 신인 유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태생적으로 높은 진입장벽, 스크림 지옥, 자본과 시간의 절벽을 넘어서는 돌파구는 결국 이런 아마추어 메타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부서에서 농구 메타와 e스포츠 리그를 동시에 담당하는 입장에서, 농구의 유소년·동호인 리그와 지역 e스포츠 대회의 구조적 유사성도 흥미롭다. 실질적으로 국내 농구 역시 KBL과 포스트시즌만 있는 게 아니라, 지방 리그와 스쿨리그의 지역성, 저변, 네트워킹 기능이 프로씬에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북구청장배의 경우 참가자들이 서로의 전적, 실력, 전략을 오픈 정보로 활용하며 즉석에서 팀원 모집, 벤치마킹이 이루어지는데, 이 점이 농구 아마 리그와도 맞닿는다. 메타 변이 역시 눈길을 끈다. LoL 대회에선 최근 버전 패치에 따라 새로운 챔피언 조합(생존성 서포터 중심, 글로벌 궁극기 연계)이 다수 등장했고, 피파 온라인에선 슈팅 위주 전략과 빌드업 중심 전술이 혼재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 다양성은 바로 아마추어 대회의 진짜 가치인 ‘새로운 트렌드 실험실’로 진화한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이 대회에서 발굴된 신인·팀이 실제 프로 리그로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는 경로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 둘째, 대회 메타와 전략적 다양성이 결과적으로는 전체 게임 씬의 수준과 재미를 높인다는 점을 업계가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 셋째, 행정이나 스폰서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가 자생적으로 운영·확장할 시스템적 토양 구축이 필요하다. 신선한 메타를 토대로, 또래와 소규모 커뮤, 지역 자원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스포츠 전반에 긍정적 파급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북구청장배와 같은 이벤트의 함의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임도,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신인발굴, 패턴분석, 커뮤니티 기반의 혁신적 실험은 풀뿌리에서 더 빠르게 자라고, 성장의 토양마다 그 열매는 확연히 개성적으로 맺힌다. 이번 북구청장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의 사례는, 국내 e스포츠 판 전체가 어떻게 다음 세대 경쟁력과 색깔을 스스로 만들어나갈지 그 프롤로그가 됐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