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스토랑’ 300회, 따뜻함과 기적의 기록 7.8억: 한 예능의 기부 문화 변주
2019년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이 어느덧 300회를 맞이하며, 총 7억8000만 원의 누적 기부액을 돌파했다는 의미심장한 뉴스가 전해졌다. KBS가 공식적으로 밝힌 대로 ‘편스토랑’이 쌓아온 기부 총액은 날짜와 회차의 무게감만큼이나 한국 예능계에서 보기 드문 큰 기록이다. 프로그램의 구조와 양식을 다시 곱씹게 되는 대목이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지 금액의 크기만이 아니라 이 예능이 꾸준한 선순환과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대중적 ‘즐거움’까지 동시에 거머쥔 성취라는데 있다.
남다른 출발선에 섰던 ‘편스토랑’은 단순한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셀러브리티의 손끝에서 탄생한 요리를 실제 상품화하고 판매 금액을 공익기관에 기부하는 희귀한 포맷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초창기부터 ‘예능의 사회적 가치’라는 논의가 프로그램에 덧입혀졌다. 실제로 쿡방·먹방 트렌드가 지친 시청자들에게 생활 밀착형 신선함을 선사했으며, 매회 참가자와 출연자의 개인적 서사, 그리고 음식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며 모두가 공감하는 감동을 전했다. 방송 프로그램이 자주 보여주는 일회성 퍼포먼스나 임팩트 중심의 이벤트성 기부와는 다른 ‘편스토랑’만의 유연한 기부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KBS 및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해온 과정을 돌아보면, 개별 메뉴 개발과 상품 유통, 수익의 전환 구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예능의 책임감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흐름에서 ‘편스토랑’의 300회 성과는 그저 많은 회차의 연속이 아니었다. KBS 자체 보도와 조선일보, 뉴시스, 스포츠조선 등 여러 매체가 확인한 바와 같이 ‘편스토랑’ 출연진은 각자의 소박한 요리법, 가족과의 추억, 혹은 사회에 내민 따뜻한 손길을 통해 시청자에게 기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실제로 과거 이영자, 이찬원, 류수영 등 출연자들이 소개한 메뉴가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과정, 수익금이 소외계층을 위해 쓰이는 일련의 선순환 고리는 이미 수차례 집중 조명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감독적 특징은, 프로그램이 종종 ‘스타의 나눔’이라는 전형적 서사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사적 경험에 몰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시작된 간절함, 가족 서사와 추억이 음식에 담기는 순간, 나눔이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닌 삶의 습관으로 읽히도록 연출한 제작진의 노하우가 빛난다.
뿐만 아니라, ‘편스토랑’의 회차마다 돋보였던 것은 사회적 이슈와 배려가 어우러진 메시지였다. 최근엔 청년·1인 가구, 시니어 등 우리 사회 변화하는 식문화를 집중 조명하며 공익 예능의 사회적 파장도 자연스레 확장됐다. 각종 인터뷰와 기획 기사에서 감독과 작가는 “음식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나눌 수 있는 행복”임을 강조했고, 시청률 경쟁이나 자극적 소재에 집중하기보단 음식의 소박함, 일상의 가치를 꼼꼼히 찾아가는 섬세함을 선택했다. 이는 OTT와 스크린 산업에서도 부각되는 ‘따뜻한 공공성과 꾸준함’의 트렌드와 맞닿는다. 글로벌 OTT 시장이 화려한 오락성, 일시적 쇼킹을 쫓는 사이, 긴 호흡의 꾸준한 서사와 잔잔한 감동, 그리고 시스템화된 기부 구조로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입증한 셈이다.
한국 예능계에 사회환원형 포맷은 그리 드물지 않다. 유재석이 출연한 ‘무한도전’, ‘유퀴즈 온 더 블럭’, JTBC ‘효리네 민박’ 등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와의 연결, 이웃 돕기, 혹은 착한 소비 촉진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편스토랑’이 남다른 성과를 내는 배경에는 촬영·제작 방식과 유통 채널의 입체적 연결, 그리고 시청자 참여도가 있다. 실제로 편의점 메뉴 선정, 소비자 현장 평가 등 시청자들이 곧장 기부 체인에 동참하는 시스템은 예능이 사회 참여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장기화에도 피로감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이는 꾸준히 제기된 출연진 교체와 서사 변주 등 유연한 운영 전략에도 기인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끼의 음식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편스토랑’이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변주하고 확장하는지 지켜보는 일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300회의 긴 기록, 그리고 기부액 7억8000만 원은 예능의 경제적 이윤 이상으로 문화적 신뢰와 참여, 그리고 연대의 집단적 감수성까지 환기한다. 앞으로도 ‘편스토랑’이 더욱 공공적 가치를 담은 기획과, 세련된 연출로서 한국 예능 산업 내 ‘기부와 나눔’의 트렌드를 이어갈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