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시장, 글로벌 격전지의 진화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변곡점

2025년을 전후해 한국 전기차(EV) 시장은 글로벌 경쟁의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때 내수 위주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지켰지만, 이제는 테슬라와 비야디(BYD), 그리고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의 거센 공세에 직면했다. 동아일보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EV 판매량에서 잠정 1위를 고수했지만, 외산 제조업체들의 가격 정책, 혁신적인 배터리 플랫폼, 서비스 역량 확장 등 다각도의 도전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 축소와 배터리 소재·납품 경쟁의 심화가 예견되면서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격렬히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내부 충전 인프라 확대, 환경규제 강화,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에 힘입어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테슬라가 단행한 ‘초저가 드라이브’, BYD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의 한국 내 진출 가속도가 시장에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 및 모델Y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빠른 점유율 확장에 성공했다. BYD는 현지 맞춤형 모델과 기술력, 그리고 제로백에서 가속 능력까지 강조하는 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저가 전략을 들고 나섰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한국 승용 EV 신차 등록 대수의 40% 이상이 외산 브랜드로 매겨졌다. ‘한국 완성차의 우위’ 공식이 깨진 최초의 해라는 점에서 업계 변곡점이다.

현대차그룹의 위기 대응은 첨단 친환경 플랫폼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그리고 브랜드 신뢰도 재정립이라는 세 축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E-GMP 플랫폼의 진화 로드맵을 2025년 이후까지 일관되게 제시하며, 전용 플랫폼 차량군(아이오닉 시리즈, 기아 EV 시리즈)의 상품성 강화를 공언했다. 기아의 ‘EV5’, ‘EV9’ 등은 대용량 배터리, 초고속 급속충전,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로 무장해 전기 SUV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7’ 콘셉트 과정에서도, 현대차의 독자적인 배터리 파트너링 방식과 700km급 주행거리 달성, 미래 자율주행 지원 등 화두가 제시됐다. 그러나, 선두 외산 브랜드와의 차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소프트웨어 통합”, “글로벌 공급망 내재화”,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적합성 확보라는 점에서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EV 시장은 명확하게 플랫폼 & 서비스 통합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테슬라는 FSD(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확장, 수퍼차저 인프라, OTA 업데이트 등 앱·구독형 서비스가 주도적인 수익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BYD, 지리, 샤오펑 등은 배터리 자체 개발 및 판매를 통해, 차후 배터리 교체/업그레이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부가가치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그룹도 ‘HMGICS(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센터)’ 등을 통해 스마트팩토리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구독형 소프트웨어,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완성도에서는 미국·중국 메이저와 간극이 적지 않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거대한 배터리 밸류체인 경쟁이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에너지 자립 움직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미국 내 합작공장 설립과 소재 내재화 작업을 전방위로 확장 중이다. 그러나 중국 브랜드가 보유한 가격경쟁력과 대륙간 공급 안정성, 신속한 혁신 속도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 완성차·배터리기업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지키려면, 단순히 생산량 확장이나 원가절감이 아니라, ‘플랫폼 호환성’, ‘리사이클/업사이클’ 등 전주기 차원의 전략적 차별화가 필수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전기차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환경친화’와 ‘연비’라는 기존 가치에 더해, 충전인프라의 신뢰도, 소프트웨어 경험, 차량 데이터 연동 등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측면이 구매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등 커넥티비티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나,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개방형 전략, BYD의 플랫폼 다각화 대비 여전히 구독서비스·포스트차량관리 부문에선 보수적인 면이 있다. 향후 더 세밀한 데이터 기반 차량관리, 스마트 홈·에너지 연계 등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세계 각국의 EV 시장은 규제 및 산업정책 변화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미국과 유럽은 ‘공급망 내재화’와 ‘자국 기업 보호’를 강화하면서, 중국은 내수 대규모 확장과 동남아·유럽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배터리 강점을 활용한 산업 융합형 EV 전략, 그리고 부품생태계 전환의 가속화가 근본 해법으로 떠오른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 한국산 완성차의 미래가치와 신뢰를 지키고자 한다면, 단순한 시장점유율 방어에서 벗어나, 기술·플랫폼·서비스 혁신의 선도자가 되는 길 외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다. 한국 EV 시장이 진정한 글로벌 EV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선, 현대차그룹의 근본적 체질 변화와 함께 정부-산업계-소비자 3자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연적일 것이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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