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현장, 런던을 물들인 차세대 K-푸드의 열기

영국 런던의 늦가을. 부드럽게 깔린 쿨톤 하늘 아래 낯선 도시의 거리들을 한껏 물들인 것이 있었다. 바로 CJ제일제당의 ‘퀴진케이’가 주최한 한식 요리대회와 게릴라 키친에서 내뿜은 진한 한식의 풍미,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열정이다. 최근 열린 이 두 행사는 전통 한식의 깊은 맛을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끌어올리며, K-푸드라는 바람이 런던의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퀴진케이’는 CJ제일제당이 한식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선보인 브랜드이자 플랫폼이다. 이번 런던 행사에서는 영국 내 음식인재들의 발굴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단순히 한식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요리대회를 통해 젊은 셰프, 학생, 그리고 현지 한식 애호가들까지 참여하는 무대가 마련됐고, 그들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한국의 발효장류를 활용해 자신만의 창조적인 한식 레시피를 완성했다. 현지에서 접하는 한식은 늘 새롭고 색다르게 변주된다. 그런 변주 안에는 한국의 사계절을 닮은 재료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시골 밥상 같은 따뜻함이 묻어난다. 대회 참가자들은 한식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영국 식재료의 특성을 살려 창의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음식이란 언어로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게릴라 키친 형태로 열린 오픈 키친 프로그램. 이 행사에는 런던의 젊은 미식가와 현지 주부들, 그리고 무심코 길을 걷다 매료된 여행자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직접 요리에 참여하거나 맛을 보는 그 순간, 한식은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었다. 즉석에서 조리된 비빔밥과 불고기가 따뜻하게 데워진 그릇에 담겨 건네질 때, 사람들은 음식 너머로 한국의 감성과 정성을 한입 가득 느끼곤 했다. 문화는 결국 일상에서 천천히 번진다. 이 작은 식탁에 초대된 이들 역시 그랬다. 어느 영국인 참가자는 “간장으로 조린 소고기에 매료됐다”며 “한식은 소박하지만 복합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고 감탄했다. 식탁 위 한 접시의 감동이 이방인의 마음까지 적시는 순간이었다.

이번 ‘퀴진케이’의 영국행은 단지 행사로서 끝나지 않았다. 현지 한식당과의 협업, 한식 전문 셰프 육성을 위한 교육 지원 등 지속적인 접점 마련이 병행되어, 보다 깊고 넓은 한식 네트워크를 다지기 시작했다. 문화를 전파하는 진짜 힘은 언제나 사람에서 나온다. 해외 K-푸드 확산의 현장에는 10대 셰프부터 경험 많은 현지 요리 연구가, 그리고 전통 한식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력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CJ제일제당이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현지화 전략—즉, 현지 식재료와 한국 조리법의 융합, 이를 통한 새로운 메뉴 개발—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넘어, 최근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다양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한식 브랜드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한식이 다른 식문화와 만났을 때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런던의 한식 열풍은 글로벌 K-푸드 흐름의 일부다. 지난 2-3년간 코로나19로 국제 교류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한식 열풍은 오히려 더 넓어졌다. BBC, 더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에서도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 등 한식의 본질과 건강함, 그리고 트렌디함에 주목했다. 특히 김치나 고추장, 간장과 같은 전통 발효음식이 건강식, 슈퍼푸드로 재조명되며, 영국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식의 배경에 깔린 프리미엄 이미지, 그리고 건강, 웰빙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절묘하게 조응하면서, 한식을 둘러싼 이야기는 점차 풍부해지고 있다.

비단 CJ제일제당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외 식품 대기업들은 앞다퉈 글로벌 시장에서 한식 기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 오뚜기, 풀무원 등도 각자의 노하우와 철학으로 해외 미식 인재 발굴과 요리대회 개최, 현지 셰프 육성 콘텐츠를 지속해오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 등이 해외 한식당 지원 및 한식문화 홍보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오며, 외식 산업의 미래 인재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한식 세계화는, 그 뿌리가 음식의 감각적 체험을 넘어 문화와 정서의 교감에 있음을 여러 사례들이 말해준다. 한식의 진짜 힘은 어머니의 손맛처럼 매일의 소소한 밥상에 있다. 그래서 이번 ‘퀴진케이’ 영국 행사의 풍경은 묘하게 따뜻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음식이 일상의 문이 되는 순간을 담아냈으므로. 아마도 한식의 미래는 이렇듯 서로의 체험 위에 단단히 놓여질지 모른다. 따뜻한 참석자들의 표정, 한식의 냄새가 자욱한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스며드는 문화적 울림. 이 풍경들이 변하지 않는 힘으로 남길 기대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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