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도서 소비 트렌드, 베스트셀러에서 읽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지식 소비의 흐름은 패션 못지않게 선명하다. 예스24가 발표한 ‘2025년 도서 판매 트렌드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올해 도서 시장에서는 자기계발, 라이프스타일, 힐링 에세이, 그리고 미술 및 교양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디지털화로 활자에서 멀어진 듯했던 흐름과는 대비적으로, 독서가 삶의 의식주와 맞닿은 하나의 ‘경험 소비’로 다시 자리잡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신의 삶을 가꾸는 이야기’에 대한 선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도서들은 자기 돌봄(Self-care), 미니멀 라이프, 해방감, 그리고 자연 친화적 라이프스타일 등, 독자 자신의 취향과 세계를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구축하는 콘텐츠가 주류다. 이는 MZ세대의 소비 가치관이 현격히 반영된 결과다. 물질적 풍요보다 정서적 안정, 자기애, 심리적 회복력을 중시하는 세대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를 키우는 책,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실용적 서적, 그리고 일상 속 영감과 위로를 주는 에세이가 이변 없이 소비자 선택의 중심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콕” 라이프의 연장선에서 전개된 홈코노미 현상도 도서 소비의 패턴을 더욱 다변화시켰다. 인테리어, 요리, 가드닝, 반려 생활 등 공간과 삶의 질을 높이는 실천적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서적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공간을 나답게 꾸미는 것’이 곧 새로운 유형의 자기실현임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한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심미적 영감과 개인화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 도서 소비를 넘어 각각의 “라이프스타일 연출”로 연결된다.

2025년의 또 한 가지 확실한 흐름은 ‘경계 넘기’다. 예술과 과학, 미학과 기술, 일상과 미래 등 상이한 영역의 교차적 연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단일 장르의 깊이보다는 융합적 영감,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교차 독서 행위가 두드러진다. 이는 정보의 파편화, 속도감 있는 라이프사이클, 그리고 멀티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소비자 심리다. ‘다양한 장르를 스스로 큐레이션’하는 방식은, 책을 소재로 한 1인 미디어의 리뷰·공유 트렌드와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는다는 행동 자체의 의미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교양 혹은 의무와도 같았던 독서가 이제는 ‘쉼’과 ‘치유’, ‘자기 인테리어’의 일부가 됐다. 일상의 작은 호사, 혹은 잠시나마 디지털 피로를 잊게 해주는 아날로그적 숨표로서의 기능이 크다. 소비자들은 화려한 북 커버, 감각적인 일러스트,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북클럽 커뮤니티 등 사이드 경험까지 중시한다. 패션산업에서 컬렉션 커버가 소비자의 취향에 영향을 주듯, 북 디자인의 감각적 요소와 오프라인 공간 연계 체험이 독서 경험을 업그레이드한다.

국내외 다른 도서 플랫폼, 예를 들어 알라딘, 교보문고, 미국 아마존, 일본 기노쿠니야 등 주요 서점의 2025년 판매 트렌드 또한 동시적으로 ‘감성 중심, 자기주도성, 라이프스타일 지향’이라는 공통된 흐름을 보인다. 아마존의 북 트렌드 리포트도 DIY, 취미, 웰빙, 자기 성찰, 환경, ESG에 초점을 맞춘 도서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FT(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즈 북리스트 역시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 맞물려, 출판 시장이 단순한 상품 유통을 넘어 ‘경험의 진화’로 전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트렌드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책을 고르는 선택의 변화에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불안정한 경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 그리고 자신 내면에 귀 기울이고 싶은 욕구까지 묻어난다. 특히 2025년의 도서 시장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이 모든 트렌드가 패션 및 인테리어, 푸드, 여행, 자기계발 소비행동과 깊게 교차하고 있단 사실이다. 정보의 소비가 곧 정체성의 표현, 연출의 수단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리딩’ 시대. 우리는 지금, 책을 통해 더 자신다운 방식으로 세계를 소비하고 있다. 이 새로운 독서의 르네상스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더 바라고, 어떤 진화의 단서를 찾고 있을지—책의 표지 너머로 펼쳐질 다음 풍경이 기대될 뿐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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