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신뢰·소년범 공개, 국회가 선택한 정치적 곡예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최근 영화배우 조진웅의 음주운전 의혹에 촉발된 ‘공인 신상공개’ 논란에 맞서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을 발의했다. 핵심은 공직 후보자, 현직 공무원의 미성년 시절 흉악범죄 전력을 공개토록 해 유권자의 알권리와 공직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존 신상공개법의 사각지대, 즉 미성년 시절 저질렀던 범죄가 성인이 돼도 실질적으로 검사받지 않는 구조, 바로 그 빈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흉악범 신상공개 강화’ 프레임이 다시금 돌아왔다는 시선도 견고하다.
핵심 논란의 지점은 공직자의 과거사 공개가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하냐는 점이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신상은 보호돼야 하며, 과거의 범죄기록 또한 일정 기간 경과 뒤엔 복권된다. 그러나 10대 시절 강력범죄 전력이 현직 고위공무원으로서 국민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은 일정 부분 사회적 공감대를 가진다. 단지 문제는 여러가지다. 법적 형평, 사생활 침해, 그리고 재활과 복권이라는 형사정책의 원칙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나경원 발의안이 이 균형점을 어디에 찍는지,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 그리고 국회 다수의 정치권이 최근 들어 공직 신뢰 회복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극단적 사례에 기댄 일회성 입법이 국민 불신의 망각을 부추기는 장치에 불과하지 않은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조진웅의 일탈은 영화계 인사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질타를 넘어, 유명인의 윤리적 책무와 사생활까지 넓은 잣대를 들이대는 여론 촉진제였다. 정치권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국민의 감정선에 기대 포퓰리즘적 결단을 빙자하는 식의 공개 입법 프레임은 선거국면마다 도돌이표처럼 등장한다.
유사 입법 논란은 이미 수차례 반복됐다. 2019년 여야가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 강화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미성년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 확대와 신중론이 맞섰다. 최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사립학교 교직원, 공공기관 임원이 될 자의 신원조회 자료를 확대하는 법안을 낸 바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직자 부정청탁 이력 공개 추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흐름은 단일 정당 이익이 아닌, 여야를 막론한 대중정치의 수사로 역할을 해왔다.
공직자의 도덕적 자격 기준 논란과 미성년 범죄자 인권 간 충돌, 이 두 문제는 근본적으로 제도의 개혁과 정치적 실리 계산이 맞물린다. 나경원식 ‘흉악범죄 미성년 공개’ 법안이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현실적 보완책이 될지, 아니면 대중 감정에 편승한 표퓰리즘 입법으로 남게 될지 아직 가늠하기는 이르다. 법사위 회부 이후 실제 심의 과정에서 인권단체, 법조계, 교사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균형 잡힌 수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권력 지형상 내년 총선을 앞둔 정당별 전략 프레임도 분석해야 한다. 현 중도보수 야권은 강력한 도덕성 잣대를 내세우며 ‘청렴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불신 극복을 위해 새로운 법적 틀과 공개 제도를 미끼로 삼지만, 사법정의와 공정경쟁이라는 원칙에서는 세부 쟁점마다 내부 분열 조짐도 엿보인다. 진보진영 역시 인권,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맞서지만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적 엄벌 여론을 거스를 정도의 전략적 일관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각 당은 상대방의 도덕적 결함 공격에 대한 선제·후속 수단으로 유사 입법을 반복하며, 유권자 표심 경쟁이라는 정치적 지뢰밭 위에서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이 법안을 포함한 관련 입법이 국민 신뢰 회복에 실효적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정치적 계산에 따른 상징적 제스처일 뿐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단순 법조문의 장식, 반복되는 여론 포퓰리즘 프레임만이 남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한다. 국회,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신중한 숙의와 정확한 제도적 처방으로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사법 원칙을 동시에 강화할 해법을 찾는 데 매진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정치 프레임의 유혹을 넘어서야 할 시점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