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흔드는 K-뷰티: ‘넘버 원’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한국 제품은 넘버 원.’ 베트남 소비자들의 이 한마디에서 요즘 동남아시아 뷰티시장의 지형 변화가 읽힌다. 지난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베트남 현지를 찾아 ‘K-뷰티 산업 지원’ 및 교류 확대 방침을 직접 밝힌 것은 단순한 외교나 산업 진흥 차원을 넘어 소비 트렌드의 근본 변화에 대한 예민한 반응의 결과다. 서울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 소비자들과의 심층적 교류 강화를 추진 중이며, 주요 K-코스메틱 브랜드 역시 하노이·호치민 현지에서 현장 판촉전과 신제품 경험존을 앞다퉈 열고 있다. 이제 K-뷰티는 ‘수출’의 관점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흐름의 시발점에 서 있다.
베트남 뷰티 소비를 움직이는 건 단순한 한류 인기 그 이상이다. 현지 1020대를 포함한 미드즌 세대는 이제 SNS를 통해 K-아이돌의 화장법, 메이크업 루틴, 사용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체하고 자기 일상에 피드백한다. 최근 3년간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을 성장했으며, 이 중 한국 브랜드 비중은 30% 가까이까지 치솟았다. 얼마 전 베트남 국영·민영 매체에서는 “한국 화장품은 곧 트렌드”라는 현지 전문가 코멘트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능성 스킨케어 중심에서 물광·꾸안꾸 등 K-뷰티 특유의 ‘자연스러움, 피부광’을 강조하는 텍스처와 색조 위주 제품, 그리고 친환경 패키지·비건 뷰티까지 덧붙여,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24년에 들어 K-뷰티는 단순한 가격경쟁력이나 ‘짝퉁’ 흔들기에서 벗어나, 브랜드 의미와 경험 중심의 가치소비로 격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설화수·라네즈·미샤 등의 오프라인 부티크가 ‘체험형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관광객은 물론 현지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최근 하노이 쇼핑몰에 오픈한 정샘물 플래그십스토어에서는 한국식 맞춤 컨설팅, 피부 측정 기기 체험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일상이 되는 뷰티’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한국 브랜드는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경험의 질’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내 한국화장품 선호도는 로컬 브랜드·일본 브랜드를 앞지른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 수치 이상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신호로 읽힌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다. 예전에는 유명 한국 연예인의 광고, 마치 ‘외국 제품=고급’이라는 프레임이 우위를 점했다면, 이제는 ‘한국=기능, 감성, 경험, 합리적 가격’이라는 입체적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과 윤리 문제에 민감한 MZ세대, 그리고 사회적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Z세대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친환경 뷰티·크루얼티 프리 캠페인 또한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화장품 혁신, 오프라인에서의 디지털 경험 확대 등은 모두 베트남 MZ의 깊은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베트남의 K-뷰티 성공 배경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헤치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즉,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키워드와 감성, 소비자 심리까지 촘촘히 설계한 마케팅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쾌적한 사용감’과 같은 미묘한 터치, ‘한국식 성장 스토리’와 어우러진 브랜드 정체성, SNS 상에서의 활발한 라이브, 짧은 영상 소재, 그리고 ‘내 피부에 맞는 솔루션 중심의 뷰티 습관’ 등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소비 트렌드의 구조 변화를 일으킨다. 동남아시아에서 K-뷰티가 ‘넘버 원’이 된 것은 한국의 고유한 감각과 실용성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뷰티 브랜드들이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지역에 앞다퉈 진출하는 가운데, 한국이 ‘지속적 성장’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문화·소비 습관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베트남 여성들의 스킨케어 루틴, 남성들의 그루밍 트렌드, 헤어 및 바디 케어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의 K-뷰티는 ‘혁신’, ‘진정성’, ‘경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일 아이템의 히트가 아닌 다층적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K-뷰티가 세계인의 일상이 되기 위해선, 이제 ‘유행’을 넘어 ‘취향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에 걸쳐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이 더욱 빛을 발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현지의 소비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동경’보다 ‘믿음’과 ‘채움’의 감정이 점점 농밀해져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K-뷰티가 글로벌 신드롬에서 일상적 취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장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