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베스트셀러 1위, 시대와 독자의 만남이 지닌 함의

‘소년이 온다’가 2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사실은 단순한 책의 판매 성과를 넘어, 한국 사회와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역사적 상처’와 그 치유에 관한 집단적 욕구의 흐름을 반영한다. KBS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이 소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독서 인구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그 배경에는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작품 자체의 문학적 깊이와, 공동체적 아픔에 귀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국가폭력의 참상과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평생 짊어져야 하는 트라우마,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한강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지 과거의 한 국면을 증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스트셀러로서의 지속적 위상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에 대한 집단적 책임의식이 여전히 사회 저변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판매 통계와 함께 각종 인터뷰, 문화계 평론 자료를 살펴보면, 이 책의 꾸준한 인기에는 학교와 도서관 등 공공영역의 적극적 추천, 그리고 영화와 연극 등 파생 문화콘텐츠의 성공적 흡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 들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드라마가 연이어 제작·흥행하였고, 청년 세대와 중장년층 모두가 광주라는 집단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면서 ‘소년이 온다’의 메시지가 더욱 넓은 층위의 공감을 얻었다.

독서는 사회적, 집단적 망각과 싸우는 대표적인 행위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와 증인의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왜곡되어온 세월 속에서, 이 책이 주는 힘은 침묵을 깨려는 독자의 조용한 연대에서도 기인한다. 실제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은 작품의 인기로 인해 더욱 다양한 기회에서 증언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사회의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움직임을 촉진한다. 인물 중심적 접근으로 구성된 소설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세밀하게 복원함으로써, 추상적이고 거대한 역사 대신 개인적 아픔과 삶을 우리 모두가 마주하도록 한다. 이는 또 다른 집단적 치유의 방식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소년이 온다’가 꾸준히 읽히는 현상은 우리 시대의 ‘기억을 둘러싼 정치’와도 연결되어 있다. 최근 ‘5·18 역사왜곡처벌법’ 논란이나, 극우 진영의 역사부정 움직임 등이 분명히 다시금 사회적 긴장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타인과 사회, 국가 시스템을 향한 신뢰가 쉽게 무너지는 시대에, 소설은 묵묵히 기록된 진실의 힘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글은 말보다 오래 남고, 소설은 사실 그 이상의 정서적 울림을 남긴다는 한평론가의 조용한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소년이 온다’를 통한 사회적 논의는 단지 과거의 비극에 매몰되지 않는다.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매년 광범위한 독서층이 유입되고, 각종 북토크와 학교 수업에서 주요 텍스트로 활용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재 결과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국가폭력’과 ‘인권’,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24년 5월 광주에서 개최된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독서행사’에서도 ‘소년이 온다’는 수백 권이 무료 배포되었으며, 참가자 인터뷰에서는 “이제는 우리가 이 기억을 더 성실하게 말하고, 새롭게 정의할 시대”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 소설의 베스트셀러 행진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추거나, 이미 늦은 정의를 재천명하자는 호소로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2020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억의 윤리’를 새롭게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 더 큰 함의일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효율적 자기계발’이나 ‘자극적 트렌드’를 내세운 도서가 아닌 집단적 통증과 사회적 책임이 주제인 책이, 반복적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는 배경에 대해, ‘더 나은 사회와 마주하고픈 시민의식의 결과’임을 평가하고 있다.

결국 ‘소년이 온다’의 연속된 1위는, 단순히 잘 팔린 책 그 이상이다. 이 소설이 묻고 있는 질문 “너는, 살아남은 자로서 무엇을 봤는가”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오래된 진실 앞에 서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그 안에 동일하게 깃든 연대의 희망을 공론화할 것인지, 조용히 관찰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책을 통해 이어지는 세대 간 대화와 기억의 재구성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한 사회적 자산임은 분명하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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