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만난 현대 미술, 무라카미 다카시와 CJ온스타일의 컬래버레이션이 던지는 의미
국내 패션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분다. 2025년 겨울, CJ온스타일이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단독으로 협업한 풋웨어 컬렉션을 론칭했다. 이번 출시의 핵심은 ‘아트와 일상, 그리고 소비감성의 하이브리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팝아트와 일본 대중문화를 결합한 독보적인 이미지,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플라워 모티브로 잘 알려져 있다. CJ온스타일은 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은 스니커즈와 슬립온, 플랫슈즈 라인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라인업은 단순한 브랜드 콜라보를 넘어, 예술작품을 일상 속 소비재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트렌드 지각을 흔든다.
무라카미 다카시 아트워크의 일상화는 이미 글로벌 럭셔리 신과의 콜라보, 예를 들어 루이비통과의 협업(2002~)이나 유니클로 x 카이카이키키 라인처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 유통 채널 내 ‘현대미술 기반 풋웨어’ 출시는 국내 처음으로, 소비층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민감하게 포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트 소비’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는 CJ온스타일 측 전략은, 최근 소비자의 ‘나만의 취향 소유욕’과 ‘스토리 있는 아이템’에 대한 선호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기존 홈쇼핑 업계가 보여주던 단순 가격경쟁과 브랜드 스토리의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적 시도로 읽힌다.
같은 기간, 무라카미 다카시는 애플워치 페이스 디자인, 미국 스니커즈 레이블과의 협업 등 다각도의 아트 콜라보로 아트테크(art-tech)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외 패션 시장에서는 ‘아티스트 콜라보’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조류는 단순 제품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시장 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감성 접점의 확대에서 비롯된다. 이번 CJ온스타일 x 무라카미 다카시의 협업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공식 론칭 직후 온라인 사전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등, 한정판·아티스트 상품에 열광하는 Z세대의 수요가 체감된다. 디자인적 신선함 뿐 아니라, ‘무라카미 다카시 슈즈를 신는 나’라는 경험적 소비의 가치가 주요 구매동기로 작용했다.
이런 트렌드는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 ▲개인화된 소비의 심화 ▲브랜드-아트 간 경계 해체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분석자료를 보면, MZ세대 여성 소비자의 54.2%가 ‘특별한 아티스트 협업 상품 구매 경험을 원한다’고 답했다(트렌드코리아 2025). 그리고 뛰어난 예술성보다 ‘개성을 표출하거나 대화 가능한(shareable) 아이템’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CJ온스타일이 대중 채널에서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글로벌 아이콘을 접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품 플랫폼보다 폭넓은 진입장벽, 다양한 연령대와 구매력의 소비자에게 ‘예술의 일상화’를 경험케 한다는 일종의 컬처쇼크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협업이 미술계로부터의 평가나 럭셔리 마케팅임을 넘어서, ‘도전적인 일상 소비재의 예술화’라는 신호를 패션 시장에 던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즈음 비슷한 흐름은 해외서도 감지된다. 구찌는 영국 스트리트 그래피티 아티스트와의 선글라스 협업, 나이키는 중국 현대 예술가 쑨쏘와의 한정판 운동화 라인 등을 선보였다. 이처럼 개성, 스토리, 예술성, 경계의 해체가 주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현대 소비자의 심리 역시 ‘브랜드 신뢰’에서 ‘아트 혹은 아이덴티티 소유’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좁게는 ‘온 가족이 공유하는 홈쇼핑’에서 ‘개성을 표출하는 패션 플랫폼’으로의 자의식 전환, 넓게는 K-소비 트렌드의 글로벌 연동성까지 설명된다.
물론, 하이엔드 아트 컬래버 마케팅이 가져올 피로감과 한정판 전략의 반복성, 소비가능자의 확장성 문제는 이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이번 CJ온스타일-무라카미 다카시 협업이 던진 함의는 분명하다. 더 이상 예술은 박물관이나 갤러리만의 것이 아니라, 스니커즈 위, 일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랜드와 아티스트, 소비자가 공유하는 미감과 정체성의 실험은 지금 이 순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화두. 2026년을 준비하는 기업,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깊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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