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S 파리 패션 위크 DAY 2: 트렌드와 심리, 미학의 혁신적 변주
파리 패션 위크는 언제나 기대와 긴장, 그리고 상상 너머의 에너지가 만나는 공간이다. 2026년 봄/여름 시즌의 DAY 2, 이른바 뉴 제너레이션 감각과 끊임없는 경계 허물기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패션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마주한다. 이번의 핵심은 극명하다: 미래지향적 색채, 자연과 도시의 시적 충돌, 감성적 실용주의—그리고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심리를 관통하는 새로운 미학이다.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들부터 신진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시선까지, 모두가 파리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답을 제시했다.
생로랑은 모노톤과 구조적 실루엣을 결합, 80년대 파워드레싱을 볼드하게 재해석했다. 발렌시아가는 버려진 재료와 페이크 레더로 아방가르드한 몽상적 이미지를 완성한다. 디지털 프린트, 효율성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의복의 경계를 무너뜨린 비대칭 커팅까지, 2026년 봄/여름 파리는 그야말로 유연성과 변주, 그리고 물리적·정신적 자유의 예찬장이었다. 마르니의 플로럴 프린트는 레트로와 미니멀리즘을 넘나들며, 무거운 익스페리멘탈과 섬세한 페미니니티를 공존시켰다. 브랜드별 메시지는 다르지만 이번 시즌 공통으로 읽히는 키워드는 ‘융합’과 ‘재창조’, 그리고 ‘역동적 내러티브’다.
패션이 더는 단순한 의복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로 확장되는 2020년대 중반, 소비자들은 사회적 이슈와 자기표현, 그리고 미학적 자극을 동시에 추구한다. 젠지(Gen Z)와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넘치는 호기심, 환경·윤리적 감수성, 그리고 SNS를 필두로 한 디지털 트렌드의 대세—이번 런웨이 곳곳에서 감지된 움직임은 이 같은 심리적 경향의 총합이다. 패션 하우스들은 의도적으로 사이클을 빠르게 전개하며, 오버사이즈와 퓨처리스틱 요소, 테일러링을 유희적으로 풀어낸다. 디지털과 오프라인, 남성과 여성, 현실과 상상—이 모든 경계를 흐리는 디자인은 소비자의 불안과 기대, 그리고 유희적 도피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실질적으로는 기후 변화와 글로벌 이슈(환경·평등·포용성)에 대한 패션계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재생 소재와 업사이클링,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차별화, 그리고 ‘Buy less, choose well’이라는 소비 양식의 진화는 패션이 단지 유행이 아닌 선택의 지점임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브랜드 고유성, 즉 오리진(Origin)의 유지와 실험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질문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라는 이중 코드 안에서, 파리 패션 위크는 ‘Story-Driven Market’의 모범을 보여준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실험정신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동질성과 산만함이 아닌, “모두의 것 같으면서도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잡학적 혼성의 미학이 두드러졌다.
트렌드를 이끄는 심리적 배경에는 불확실성 시대의 자기 회귀적 성향, 과거 양식에 대한 흥미와 함께 새로운 가치 실현 욕구가 상존한다. 파리의 런웨이에서는 빈티지와 모던, 수공예적 터치와 첨단 소재, 그리고 ‘리얼 웨어러블리티’가 따로 또 같이 춤을 췄다. 루이비통, 샤넬, 디올 등 메가 럭셔리 브랜드들은 수작업 디테일과 첨단 기술, 건축적 실루엣을 교묘히 엮어 미래와 전통을 융합했다. 이는 단순히 컬렉션의 다채로움이 아니라, 팬데믹을 관통하며 변모한 소비자 심리, 즉 ‘단순한 소비’를 넘어 의미와 소유, 마음의 안정까지 고민하는 트렌드 세대의 욕망을 정조준한다.
특히 디지털 퍼포먼스와 오프라인 리얼리티의 혼합, ‘메타버스 컬렉션’의 암시 등은 패션 소비 행위가 단지 실물 획득에 머물지 않고 경험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식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한다. 최근 글로벌 리포트들을 살펴보면, 뉴욕·밀라노·런던 패션 위크에서도 이러한 ‘융합적 실험성’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참고: Business of Fashion, Vogue US, WWD, Harper’s Bazaar). 국내 브랜드들 또한 점차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며, 한편으론 K-패션 고유의 미니멀·맥시멀 경계를 실험 중이다.
결국 이번 파리 패션 위크의 DAY 2는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뿐 아니라 ‘치유와 해방’, 그리고 ‘새로움 속의 익숙함’이라는 다층적 욕망을 읽어내는 하나의 사회적 거울이다. 소비자는 신제품에 열광하되, 자신만의 미학과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품목을 찾기 시작했다. 패션 주체와 객체, 관객과 창작자의 구분마저 흐려지는 시대, 파리는 그 노이즈의 한가운데서 다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글로벌 현실 속에, 패션이 이토록 감각적이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가능성을 연습’하고 ‘심리의 언어’가 될 때, 비로소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유행’이 탄생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