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현장: 고위기 청소년을 위한 따뜻한 연결고리

부산 남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자살 및 자해 위험에 노출된 고위기 청소년을 돌보기 위한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청소년 전문가와 사회복지 전문가, 학부모들이 모여 ‘죽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한 현장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분명 숫자였다. 부산시의 2024년 청소년자살 현황에 따르면,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중고생 중 상당수가 극단적 선택과 자해 충동을 경험한다고 한다. 남구 상담복지센터는 지난 5년간 상담사례 3200건 중 17%가 자살위험 징후를 동반한 고위기 청소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숫자 이면에는 한 명 한 명 청소년의 얼굴과 가족의 시간이 있다.

상담복지센터 박진숙 소장은 설명회 자리에서 몸을 떨며 말했다. “자살은 흔히 개인의 아픔으로 기억되지만, 사실상 사회 전반의 허점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설명회에서는 위기 청소년 지원의 주요 골자가 공유됐다. 즉각적 응급 대응체계, 개인별 상담-치유연계, 가족 내 마음건강 교육뿐 아니라, 학교-지역사회와 손잡는 다층적 협력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부산 동구, 해운대구 등지에서는 위기 청소년 전담팀이 꾸려지고, 청소년 쉼터·병원과 연계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범 진행되고 있다. 올해 남구 센터는 빅데이터 기반 위기 알림 시스템을 보강, 고위험군 청소년 선별과 발굴을 더욱 체계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상담 장면을 들여다보면, 그저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다. 16세 미연(가명)은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수차례 자해 시도를 경험했다. 그의 손목에 남은 상처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상담실 조명 아래에서 드러났다. 상담사는 오랜 시간 귀 기울여주며 미연이가 직접 자신의 아픔을 천천히 입 밖으로 꺼내도록 도왔다. 미연이는 상담 후 “적어도 한 군데는 나를 붙잡아 주는 곳이 있다는 안도감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자해 위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최근 5년간 10대의 자살 시도율은 해마다 증가세다. 서울 종로구청소년상담센터와 대구 달서구, 경기 일산 등 유사사업의 통계를 보면, 온라인 왕따와 사이버불링, 가정환경 문제에 더해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까지 위험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움 요청’ 신호를 무력화하는 사회적 편견, 정신건강 진단에 대한 부정적 시선, 교육 현장의 인력 부족 역시 전체 시스템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위험 신호를 내비칠 때, 개인의 나약함 대신 사회의 책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즉, 상담자의 따뜻한 경청, 또래와의 안전한 소통 공간, 지역사회 전체가 아동·청소년의 보호자가 되는 적극적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이다.

돌봄의 현장에서도 희망의 순간은 발생한다. 남구 센터의 고위기 청소년 지원사업팀 여지은 사회복지사는 “겨울밤 상담실에 들어온 아이가 새학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때, 그 부모의 눈물에 다시 힘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한밤중 센터로 걸려온 전화 한 통도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손길일지 모른다. 이 작은 연결고리가 선명하게 일상을 지켜내는 현장의 힘이다.

청소년의 자살 및 심리적 위기는 한 사람, 한 가정의 아픔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상담복지센터, 학교, 지역사회, 정책 결정자들이 협력하는 통합적 안전망이 더욱 필요하다. 부산 남구의 시도는 더 많은 지자체, 더 따뜻한 성인들, 더 열려 있는 사회를 향한 신호탄이다. 우리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에서 출발해 사회적 연대와 실질적 지원을 확산하는 것, 그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큰 투자임을 다시금 상기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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