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장(腸), 식습관이 결정짓는다: 우리 사회 ‘장 건강’의 민낯과 희망의 이야기
지난 12월의 맑은 아침, 마포구 한 어린이집에서 만난 서연이(7세)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교정에 내렸다. 무심결에 먹던 요구르트 한 팩을 서둘러 입에 털어 넣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들은 ‘장 건강’이 무엇인가 되뇐다. 최근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심층 취재한 ‘식습관이 만드는 장 건강’ 기사는 이처럼 가정과 일상,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건강에 깊숙이 스며든 주제를 조명한다.
장(腸)은 흔히 ‘제2의 뇌’라 불린다. 기사에서는 한국인의 장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음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짚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장 질환(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장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최근 5년 새 22%가량 늘었다. 만성장질환을 겪는 30~40대가 40%를 넘어서며, 질환의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실제 현장의 의료진 인터뷰를 통해 불규칙한 식습관,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위주의 섭취, 섬유질과 유익균 섭취 부족 등이 주된 원인임을 지적했다.
기사는 일상적 사례를 꾸밈없이 담아낸다. 오후 5시 해가 기울 무렵, 회사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한 끼를 떼운 김정훈(43세) 씨는 배앓이로 자주 화장실을 찾는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간편식이 일상인 지 오래”라며 “TV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이야기를 본 뒤 유산균만 챙기다 보니 습관적 과식과 식이섬유 부족을 계속 놓쳤다”고 고백한다. 기사는 의학전문가의 임상 조언까지 곁들인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유산균 섭취보다 하루 25~30g의 식이섬유, 다양한 곡류·채소·과일 섭취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국립보건원) 조사에 따르면 서구화된 식습관, 육류와 고지방, 저섬유질 식단이 장 질환 증가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단체 BEUC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의 장 건강관리가 미래 사회의 복지와 직결된다”며 정책적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건강보험 정책, 학교와 공공기관의 급식 환경, 그리고 개인의 생활습관 변화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 대다수 외신에서도 거듭 언급된다.
TV조선·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장 건강과 참여적 커뮤니티의 역할도 주목한다. 카페, 맘카페, 온라인 포럼 등지에는 ‘아이 변비 탈출기’ ‘장에 좋은 국 추천’ ‘아빠의 장도 챙겨요’ 같은 사연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진다. 한 자조모임에 참여하던 이수연(38세) 씨는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건강한 가족식단이 부모의 마음 건강까지 바꿨다”고 웃는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세의대 사회복지연구팀은 2024년 전국 4,100가구 조사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장 건강증진, 가족관계 회복, 정신건강 지표 모두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식습관 실천의 어려움이다. 현대사회 구조가 개인 건강관리마저 효율성과 비용, 시간의 논리에 떠맡기도록 재편됐다. 어린이집 맞벌이 가정, 교대근무자, 1인가구 등등 장 질환 고위험군의 사연 뒤에는 늘 식단 마련의 근본적 제약이 그늘을 드리운다. 사회적 지원체계의 빈틈이 건강격차의 또다른 원인이라는 뜻이다.
최근 정부는 ‘장 건강 국민프로젝트’와 건강밥상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 보건소,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는 무료 영양상담, 맞춤형 급식 가이드라인, 어린이·노인 대상 장 건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부족, 일회성 캠페인의 한계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 단체는 ‘장 건강을 위한 최소 비용의 식재료 지원, 가공식품 상한선 설정 등 적극적 정책’까지 요구한다.
이쯤에서 우리의 질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서연이의 엄마가 아이의 요플레 뚜껑을 조심스레 덮으며 말한다. “안 먹이자니 걱정스럽고, 그냥 두자니 마음이 무겁죠.” 그 마음은 곧, 개개인과 가정, 더 나아가 제도와 공동체의 책임으로 번져야 한다. 식습관이 만드는 장 건강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다. 사회구조와 일상, 관계 속에서 변화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 끼니를 때우는 행위와 장 건강이라는 결과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살갗에 와닿는 정책, 섬세한 지원, 모두가 함께한다면 우리의 장 또한 내일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장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실천 가능한 변화, 그리고 모두를 품은 정책이 촘촘하게 엮여야 한다. 그 길 위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놓여 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