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마음건강, 작은 목소리의 힘: 영등포구 윤대현 교수 특강을 돌아보며
어린아이의 속삭임을 무심코 흘려보낼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 속에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12월 6일, 영등포구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대현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자녀 마음건강 명사 특강’을 펼쳤다. 자녀를 둔 지역 학부모 12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 건강에 대해 진솔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윤 교수는 이날 ‘정서적 허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회가 성과, 비교, 부모의 불안과 같은 외부 조건에 쫓길수록 아이들에게서 마음의 여유는 사라진다. 성적표, 학원 시간표, 진학 걱정이 아닌, 내 아이는 오늘 어떤 감정을 겪었는지, 친구와의 관계에선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 부모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자녀와 오랜만에 제대로 대화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영등포구가 마련한 특강 자리는 단순한 행사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사회가 아이와 부모, 그리고 선생님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장(場)이 되었다. 단지 윤 교수의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 시간이다. 이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아동·청소년 심리상담 요청, 학부모 불안지수 상승이라는 사회 양상과도 깊게 연결돼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상태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우울감과 불안장애 비율이 크게 올랐음을 보여준다.
‘마음건강’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 현장 교사들은 학기 초마다 “학생이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냐”는 질문으로 담임 상담을 시작한다. 하지만 교사 혼자서 포착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건강한 교실, 학교,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 교사, 지역사회 관계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 영등포구의 이번 시도가 전국적인 참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초·중·고등학교별 전문상담 인력 확충, 부모교육 프로그램 확대 투자, 심리적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의 종합정책을 발표했다. 실제 동작구, 구로구, 중구 등 타 자치구에서도 명사 초청 강연, 자녀정서워크숍이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학부모와 아이가 평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감과 경청’이라는 오래된 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스무 살 넘은 취업준비생부터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까지, 세대·연령을 막론하고 마음건강의 이슈는 사회 전 영역을 뚫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정아 씨는 “다그치지 않는 대화만으로도 아이와의 관계가 놀랄 만큼 달라졌다”며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랐던 내 마음도 함께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음이 아픈 자녀와 부모, 그리고 선생님까지 모두가 정서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사회는 유난히 ‘빨리 빨리’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아이의 속도, 마음의 온도는 결코 다그칠 수 없는 법이다. 고3 자녀를 둔 한 아버지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은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나누던 어제였다”고 고백했다. 윤대현 교수는 강연 말미에 “아이들도 한 명의 존엄한 존재로,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며 부모와 지역사회 모두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약하고, 그래서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임을 일깨운다.
정책적 지원과 지역사회 연계, 전문 인력 확충도 중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도 소박한 ‘관심’이다. 오늘 하루, 아이가 건넨 작은 한마디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