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배운 건강한 노화의 비밀, 음식이 삶을 바꾼다
30년이라는 세월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건강한 노화의 비밀을 찾아온 연구진의 발걸음에는 한없이 묵직한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최근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탁이 곧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무대가 된다. ‘자연 식품과 가공식품 사이의 거리’가 그 길을 가늠짓는 가장 명확한 나침반임을, 장기간의 과학적 추적과 실제 삶에서의 변화를 통해 확인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한동안 우리 사회의 식탁을 지배해온 것은 빠름과 편리함이었다. 식생활은 점차 변화해 가공식품과 즉석식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사에 담긴 이번 연구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진실을 들려준다.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음식, 제철 채소와 과일, 정제하지 않은 곡물, 소박하고 익숙한 한 끼의 밥상에 건강한 노화의 길이 있다는 경험적, 과학적 증거를 보여준다. 각각의 식재료가 가진 섬유질, 항산화물질, 식물성 영양소 등이 인간의 세포에 어떤 선한 영향을 미치는지 30년에 걸친 추적 데이터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67세 김숙자 씨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집 근처 시장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해 간단하게 조리해 먹었다. 찬 바람 부는 겨울엔 무청을 넉넉히 넣은 된장국을, 봄이면 냉이와 달래를 손질해 나물반찬을 올렸다. “약을 찾기 전, 나는 내 식탁부터 바꿨지요.” 김 씨는 오래도록 병치레 없이 일상을 유지해오며 지역 어르신들 사이 ‘건강 지킴이’로 불린다. 주변에선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에 익숙한 또래들이 늘 피로와 잦은 병치레로 고생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김 씨와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집단이 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보다 만성질환에서 상당히 자유롭고, 생활 만족도 또한 월등히 높다는 결과가 확인된다.
기사가 인용하는 세계 곳곳의 사례도 최근 각종 연구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의 만성질환 연구팀, 핀란드와 지중해 연안국가의 다수 관찰조사, 일본의 전통 식생활 장기추적 프로젝트까지 모두 ‘가공되지 않은 음식’과 ‘밸런스 잡힌 자연 식단’이 심혈관계 질환·치매·당뇨 등의 발생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과 수명 연장에 명확히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영양학회 및 대한노인병학회 역시 “식사의 산업화, 식재료의 고도로 가공된 형태는 노화의 촉진 요인”임을 경고하고 있고, 전통 식습관의 복원이 곧 지역 사회 건강증진정책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강조한다.
그러나 기사처럼 당위에만 그치지 않고 이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려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생활환경 역시 같이 돌아봐야 한다. 50대 맞벌이 가정의 이효진 씨는 아침마다 두 자녀와 남편의 식사를 챙기느라 매번 시간에 쫓긴다. “초간편 족발, 냉동 돈까스, 햄버거… 자연식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현실은 냉장고 속 냉동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건강한 식습관 윤리를 실천하고 싶지만, 노동시간·가계비·기존 생활 양식의 틀에 갇힌 이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어떤 장치와 유인을 제공하고 있을까. 한편에서는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와 같은 시범사업, 학교와 복지관의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 확장 시도가 이어진다.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는 취약계층에 저가 신선식품을 공급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의지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사회적 분위기가 진정으로 ‘자연 식탁’을 일상화할 수 있도록, 음식물 유통 인프라의 혁신, 식품 교육의 강화, 저소득층 접근성 확대 등 다각도의 복합 대책이 병행되어야 진짜 ‘건강한 노화’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의 현실에서, 건강과 노화는 더 이상 소수의 경험담이 아니며 전국민이 곧 직면할 사회문제다. 모두가 자연에 가까워지는 한 끼의 밥상 위에서, 나와 가족, 지역사회가 더 오랜 시간 행복하게 살아가길 희망한다는 시대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연구가 남긴 메시지를 삶 가까이에서 되살릴 때, 웰에이징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이 긴 시간에 걸친 건강의 교훈을 모두와 함께 되새기며, 오늘도 우리 사회 곳곳의 식탁에 손 내밀어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