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비대면진료법 통과… 의료개혁 논의는 여전히 미완성

2025년 12월 9일, 국회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비대면진료법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법제화와 지방 의료 인력 공급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일면 성과를 낸 셈이지만, 대형 의료법 개정이나 근본적인 의료개혁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이다. 해당 법안의 통과는 작년 말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 정치권 간 갈등을 일정 부분 봉합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의료공공성 강화와 현장 의료 체계 개편을 요구해온 의사단체와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인 개혁은 미진하다는 반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특히 의료계의 반발이 컸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확대 논쟁과 직결되며,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3년 넘게 논의됐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에 통과된 법안 역시 배치 범위, 지원 방안 등 핵심적 세부 내용은 상당 부분 추후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비대면진료법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던 원격진료 수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이나,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최초진료 기준, 의료 질 관리 등 쟁점은 남아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전면 등교 이후 환자 수 감소와 맞물려 원격진료 시장화에 따른 생계권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지방 의료기관 담당자는 “의대를 나온 청년 의사들이 실제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 지원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비대면진료 도입 초기에 발생한 오진·과잉진료 위험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역시 제도 도입 이후에도 꾸준히 현장 이슈로 남아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기준, 코로나19 한시적 원격진료 기간(2020~2023년) 동안 전국에서 74건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오진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의료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법 통과 과정에선 정치권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표심을 의식했다. 최근 몇 차례 반복된 대규모 집단휴진 사태와 학생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 등 일련의 사건은 의료정책 결정이 언제든 사회·정치 이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입법은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와 혁신의료 전환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책 현장에서는 가시적인 변화의 체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자주 들린다. 여야는 주요 공약이었던 필수의료 강화, 지역 필수의료 지원,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합리화 등은 후순위로 미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지역의사제와 비대면진료법 시행 과정에서 필수의료 공백, 도서산간 의료 사각지대 해소 등 현장 문제에 응급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장의사·간호계 노동자 간 갈등, IT 플랫폼기업과 의료진간 이해 상충, 지역 보건소의 자원 부족 등은 제도 설계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의료현장 인력 배치, 보상체계 유지, 진료질 관리, 환자 개인정보 보호 등 세부 정책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정책 시행 전후로 사회적 대화와 투명한 공론화 절차가 명확히 보장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 국가들의 원격의료, 지방의사 정책 현황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법제화는 형식상 진전을 이뤘으나 운영 측면에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호주, 영국 등의 사례처럼 정부의 재정 지원 및 현지정착 지원, 지역·전문 진료 연계 체계가 병렬적으로 작동해야 실효를 볼 수 있다. 민간 주도의 IT비대면 진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의료 윤리와 공공성, 책임성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의료개혁의 완성은 입법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현장 의료 인력과 지역 주민, 환자, IT기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각 주체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당장은 정책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의료 자원 배치, 서비스 질 관리, 환자 안전 등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남겨진 의료개혁 ‘뼈대’의 구체화, 국민 의견 수렴과 현장 피드백을 통한 점진적 정책 보완이 긴급하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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