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이제 ‘선한 영향력’이 권력이 되는 시대: 삼성물산 하티스트의 결단과 트렌드의 변곡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장애인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가 이번에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매직핏 코트’를 출시했다고 17일 밝혔다.

하티스트는 기술력과 디자인을 접목해 일반 코트의 아쉬운 점을 보완했다. 일반코트는 뒷부분의 길이가 길어 휠체어에 앉을 경우 엉덩이에 옷이 눌려 원단이 망가지고 움직임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코트의 앞뒤 기장 차이를 둬 앉은 자세에서 뒤쪽은 엉덩이 선에 길이를 맞추고, 앞면은 허벅지를 덮는 길이감으로 디자인했다.

또한 활동성을 고려한 액션 밴드를 업그레이드한 ‘터널형 액션 밴드’를 코트에 적용했다. 코트 뒤쪽 등판 상부 전체에 신축성 저지(Jersey) 원단을 사용한 ‘터널형 액션 밴드’로 활동성을 대폭 높였다. 손목 부위에는 니트 밴딩 소재를 덧대어 활동성과 보온성을 동시에 갖췄다. 척수 장애인 윤대영씨는 “출근할 때는 물론 결혼식장에 갈 때 코트로 멋있게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늘 아쉬움이 뒤따랐다”며 “올 가을겨울 시즌 하티스트 상품들이 대부분 맘에 들어 하루빨리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니크한 브랜드 스토리가 주목을 받는 202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하티스트(Heartist)가 사업 전반을 기부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티스트는 2013년 소셜 벤처 형식으로 탄생해 ‘패션으로 사회를 연결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워왔다. 최근에는 내부 사업성과에 대한 자성과 함께 브랜드 펀더멘털에 대한 재고를 시작했고, 결국 상업적 순익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전환을 결정했다. 전환의 시작점은 단순한 판매 수익의 일부 기부에서 벗어나, 아예 브랜드 생태계를 기부 베이스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기존 하티스트 상품의 수익금 전액이 특정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되며, 운영 자체도 기부 플랫폼과 연동되고 있다. 이같은 ‘의미 기반 소비’, 즉 미닝 아웃(Meaning-Out) 시장은 이미 젠지(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흐름이다.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 패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오너십’ 선언과 맞닿아 있으며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 ‘리조이스’ 캠페인, 현대백화점그룹의 ‘H. Friends’ 등과도 연쇄적으로 연결된다.

하티스트의 이번 변화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를 선한 영향력으로 환골탈태하는 극적인 움직임이란 점에서 업계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이키, 구찌 등 글로벌 메가브랜드들이 다소 형식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삼성물산은 브랜드 하나의 운영철학을 통째로 전환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국내 패션 시장이 ‘트렌드’ 중심의 파편화에서 ‘가치’ 중심의 균질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한국섬유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응답자 63%가 ‘가치를 우선하는 소비’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실제 KPR, 모니터트렌드, 오픈서베이 등 소비자 연간조사에서도 ‘브랜드와 내가 공감하는 가치를 공유해야 구매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하지만, 하티스트의 실험은 기부 방식의 투명성과 신뢰성 이슈를 동반한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기부=착한 브랜드’라는 공식이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나 자선단체 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절대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로, 빅이슈코리아, 슈피겐 ‘위드유’ 등에서 일부 기부금 집행 문제가 대중적 논란이 된 전례가 있다. 하티스트는 ‘기부금 전체 내역 실시간 공개’라는 강수를 두며, 소비자 심리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누구든 기부처, 금액, 배분 사유까지 상세히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이에 따라 Z세대·알파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실질 투명성’에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트렌드도 관찰된다.

흥미로운 점은 하티스트의 변신이 국내 유통·패션 생태계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다시 부상시킨다는 데 있다. 기부 방식의 브랜드화가 유통 구조, 디자인, 협력사 선정까지 주요 의사결정 지점으로 스며든다. 롯데, 신세계 등 메가 패션 플랫폼들이 선한 영향력을 의식적으로 사업전략에 녹이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중소 패션 브랜드·크리에이터 기반에서도 ‘수익 일부 기부’ 혹은 ‘환원 가능한 패션’ 개념이 확산 중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이 변화에 ‘참여’라는 방식으로 동참한다. 단순 구매가 아닌, 기부상품 큐레이팅, 디자인 참여, 실제 기부처 투표 등을 통해 브랜드와의 공감대를 일상적으로 체화하는 추세다. 패션계 자체가 소비자 경험을 단순 상품 구매가 아닌 체험-참여-나눔의 변증법적 순환구조로 녹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은 더욱 오롯이 중요해진다. 하티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의 경제적 불황, 리테일 시장 경쟁 격화 속에서도 사업의 방향타를 과감히 틀었다. 온라인 기반 자체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파트너십을 넓혀간다. 이는 선한 영향력을 입은 브랜드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생태계를 형성하는 거대한 축이 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제 소비자 심리와 소비 권력이 ‘의미’, ‘가치’, 그리고 구체적 ‘참여’로 이동했음을 감각적으로 읽어야 한다. 패션의 미래는 반드시 트렌드만으로 말해지지 않는다. 브랜드의 신념, 그리고 그 신념이 소비자 경험에 어떻게 녹아드는지에 따라 가치가 파생된다. 하티스트의 선언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소비문화의 세련된 변화이며, 복합적인 시대정신을 탄생시킨 작은 거인과도 같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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