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부의 이색 건강 캠페인, 공공공간 정책 변화와 그 의미
미국 교통부(DOT)가 최근 공항 등 대형 공공시설 내에 일종의 피트니스 존을 도입, 탑승 대기 시간에 시민들이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새로운 정책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은 지점은 탑승 게이트 주변이나 공용 공간에서 턱걸이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비일상적인 풍경이 연출된 발표 현장에는 미국 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뒤따랐다. 정책의 견인 논리는 ‘대중교통의 대기 시간 활용’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복합적 목적에 있다. 동시에, 민간 공간 활용과 공공 규범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교통 정책 패러다임과는 차별화된 지점이 분명하다.
정책 추진의 실제 배경에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심각하게 대두되는 만성질환 관리·예방 필요성, 그리고 비만율 상승 등 보건 복지 통계가 자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CDC) 등 정부 기관과 학계 연구들이 일관적으로, 생활활동량 감소가 국민 건강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해왔다. 고강도 운동 대신 저강도·일상 운동 장려, ‘움직임의 일상화’가 정책 방향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공공 장소 운동 활성화 정책은 이미 일본,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시범 도입된 바 있으나, 올바른 시민 의식과 공공 예절의 유지 문제, 사생활 보호와 개방성의 균형 등 해결 과제를 남겨둔 상태였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공공규범의 유연성’이라는 근본문제를 내포한다. 실제 정책 발표 현장 의견을 종합해 보면, 긍정적 목소리와 우려가 교차한다. 찬성 측에서는 대기 시간이 긴 공항에서 운동을 허락함으로써 개인 건강 관리 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미래 교통 인프라의 복합적 기능성을 제고한다고 본다. 건강권이 일상 인프라와 결합된다는 점, 나아가 각계 각층의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평등한 건강사회 구현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부정적 견해는 공공장소에서의 신체 활동이 타인의 불편, 혹은 질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규정 및 관리의 허술함이 사고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한다. 최근 국제 공항 센터에서 발생한 경미한 사고 사례, SNS상에서 불쾌함을 호소하는 목격담 등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한다.
공공장소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열린 인프라’ 정책은 사실 뉴욕·파리·도쿄 등 선진 도시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선행된 바 있다. 일례로, 파리 샤를드골에서는 건강 산책로와 간이 운동 기구를 설치해 비슷한 결과를 도모해왔으나, 빈번한 청결 이슈와 사용 규칙의 혼선이 꾸준히 지적되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의 스트레칭 존 역시 시민 의식에 따라 상이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들 사례는 미국 교통부 정책이 대중의 생활 방식, 가치관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대한 실험적 차원의 척도가 된다.
이런 정책의 전환은 동시에 공공 규범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곧, 공공장소는 본디 개인의 사적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공간이었으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트렌드는 ‘공공의 사적화와 사적 공간의 공적화’ 경계가 흐려지는 방향으로 변해 왔다. 재택근무, 거리 두기,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확대 등으로 시민 개개인의 공간 인식이 재정의되고 있다. 미국 교통부의 이번 정책은 공공 공간의 기능을 재구조화함은 물론, 곳곳이 생활이자 운동의 장이 되는 신(新)인프라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현실화 단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권한·관리의 책임소재, 안전장치와 사고 대응 체계, 배려·배제 속 공공 예의의 재정립 등이 그것이다. 이용자 간의 공존 원칙, 약자 유형 배려 지침, 그리고 신체적 다양성 존중 등 규범 확립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실효성 평가나 장기적 건강증진 효과 검증 역시 실제 운용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되어야 한다. 현 단계에선 실험적이고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미국 사회 전반의 ‘공공과 사의 경계’, 개인 주도형 건강인지, 공공기관의 역할 범위에 대한 철저한 논의가 요구된다.
사회적 실험으로서 교통부 정책의 성패는 시민 참여 수준, 질서 유지와 포용성, 그리고 공공 담론의 질적 성숙에 좌우될 것이다. 아울러 변화하는 일상과 공공 인프라 논의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도시 정책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항에서의 턱걸이, 그 낯선 풍경이 의미하는 것은 개인 건강을 넘어선 사회적 상상력의 확대이자, 공공공간의 미래에 관한 근본적 재구성의 시작이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