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1등급, 좁아진 문턱 너머의 성장통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3.11%로 집계됐다. 불수능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까지 사임했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언뜻 보기에 수치와 인사 변동이 주는 충격이 크겠지만, 뉴스 이면에는 수험생·학부모·교사 모두의 격렬한 감정이 견적 없이 흩어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결코 숫자가 아니다. 어느 학부모는 아침마다 아이 도시락에 메모지를 넣으며, 밤마다 유튜브로 영어 듣기 문제를 반복해 들려줬단다. 1등급의 경계에 가까스로 선 아이들이 손을 떠는 동안, 교사들은 채점 후 깊은 한숨을 차분히 상담실에서 쏟아낸다.

올해 영어 난이도에 대한 체감은 학생마다 다르다. “듣기는 괜찮았는데, 독해가 왜 이렇게 틀렸지?”라며 자책하는 목소리, “평가원장 사퇴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며 체념 어린 반응도 넘친다. 실제로 2025학년도 대입의 분위기는 팍팍하다. 영어 등급이 절대평가로 바뀐 첫 해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간이 갈수록 1등급 컷은 더 높아지고 있다. 평가원이 던진 출제 의도와 현실 학생들의 학습경험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 큰 사회적 공감대를 낳고 있다.

전국 50만에 달하는 수험생과 그 가정, 수많은 교사들이 한 철을 견디며 자신만의 사투를 벌인다. 3.11%라는 수치는 역대급 불수능을 의미한다. 평소 1등급 비율이 7~8%를 오가는 것과 비교하면, ‘절벽’ 그 자체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물었다. “영어를 죽어라 공부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틀린 문제가 많았다”고 토로한 학생, “아이들이 낙담해서 상담을 더 자주 찾아온다”는 고3 담임의 목소리. 대치동 학원을 드나드는 부모들 역시 들뜬 마음 대신, 아이의 표정과 성적표 앞에서 ‘이게 옳은 방향이냐’는 자문을 반복한다.

정책적 논쟁도 뜨겁다. 일부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수시와 정시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 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반면, “이토록 어려운 시험을 본다고 해서 더 좋은 교육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라는 비판적 시선도 힘을 얻는다.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평가원장 역시 ‘공정성·신뢰 회복’을 내세웠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차갑다. “이 정도 난이도면, 본질은 놓친 채 점수 쥐고 우열만 가르려는 것 같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3.11%라는 극단적 수치는 누군가의 기쁨이자 다수의 절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학부모는 ‘이제 영어도 사교육이 아니면 1등급 어렵다’며, ‘공교육이 무력해진 것 아니냐’는 고민을 전했다. 학원가에선 벌써 “내년 영어 더 어렵다더라”는 말이 돌고, 초등생 아래로 내려가 영어 조기교육에 불안이 번진다. 성적표를 받아든 아이의 눈동자, 가정마다 펼쳐진 위로와 자책,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확인한 교사들의 목소리… 모두 그 수치 이면의 사람들이다.

문제는 단순히 평가원장의 사임이 아니다. 교육의 신뢰, 각 가정과 학교에서 반복되는 아픔과 성장, 그리고 사회 전체가 품은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다시 던져진 것이다. “수능 한 번에 인생 갈린다”는 옛말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 하지만 수년간 반복된 불수능 논란이 여전히 학생 개개인의 경험과 노력까지 가려버린다면, 교육이 지녀야 할 ‘사람다움’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결국, 올해 수능 영어가 남긴 것은 차가운 점수표만이 아니다. 다시, 교육이란 무엇이어야 하냐는 본질적 질문과 ‘함께 잘 살기 위한 길’이란 화두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같은 시간 속에서 슬퍼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다. 오늘 밤 많은 집 창가마다, 잠들지 못하는 아이와 위로를 건네는 부모, 조용히 아이를 생각하는 교사들이 불을 밝힐 것이다. 그 작은 등불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 교육이 지녀야 할 의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수능 영어 1등급, 좁아진 문턱 너머의 성장통”에 대한 21개의 생각

  • 이게 나라냐 진짜… 애들만 불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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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영어도 학원 없이는 안 되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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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만 부추기는 구조.. 공교육 힘 좀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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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예언가

    늘 그렇듯 내년에는 더 어렵다~ 소문 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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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점수 보고 멘탈 나감… 하 영어 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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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러면서 애 낳으라고 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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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한 번이면 인생 갈린다더니 진짜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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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험생부친

    1등급이 3퍼라고?? 애초에 절대평가 왜 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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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걸 계속 방치하는 교육부가 더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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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들 출제할 때 좀 현실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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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임한다고 뭐가 나아지나… 책임만 미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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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하늘83

    영어가 이 정도면 차라리 로또 보는게 빠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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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극혐러

    제발… 유치원부터 영어강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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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댓글보니 다들 체감 오지게 하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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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수능 시즌마다 애들 다같이 우울해짐… 이게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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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는 수험생이 시험 출제하자… 뭔가 계속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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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진짜 올해 영어 역대급이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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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못드는밤

    애는 멘붕, 부모는 한숨… 이게 교육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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