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탈리아 식탁의 빛,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오르다

로마의 따스한 햇살이 혼잣말처럼 부드럽게 테이블 위로 내리꽂힐 때, 식탁 위 어느 한 접시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시 한번 세계를 물들였다. 2025년 12월, 이탈리아 요리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일, 보츠와나 가보로네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이탈리아의 요리 문화가 공식적으로 인류 공통의 자산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붉은 토마토와 싱싱한 올리브유, 그리고 바질 향기 속에 머무는 파스타 한 그릇. 고르곤졸라가 부드럽게 스며드는 리조또. 이탈리아 음식은 단순한 주방의 영역을 넘어 선대로부터 전해진 기억이 되고,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왔다. 이번 선정에는 ‘이탈리아 요리가 단지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가족과 친구가 모여 사는 삶의 양식이자 사회적•문화적 연대의 상징’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뜨거운 돌 위에 놓인 도우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는, 이탈리아 식도락을 세계 여행자와 미식가 모두에게 특별하게 만든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선 수세대에 걸친 요리법이 구전으로 전해지고, 대도시의 트라토리아에서는 오늘도 손님이 밀가루 가루가 묻은 손을 이국의 손님에게 내민다. 피자 마르게리타의 단순함에, 그리고 카르보나라의 정교한 타이밍에 깃든 지혜는 수많은 지역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라는 말을 관통하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다양한 지역별 요리가 모여 이룬 풍경엔 남부의 해산물에서 북부의 치즈와 와인까지, ‘각자의 고향’이 지닌 색채와 깊이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다양함마저 포용하는 식탁 문화야말로 이탈리아 요리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삶의 의식’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번 무형유산 등재 결정은 단지 요리의 형태적 아름다움이나 깊은 풍미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외식 문화에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요리를 빚어내고 식사를 통해 사람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한 접시의 스파게티에 담긴 대화,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의 설렘, 그리고 디저트 위에 떨어지는 레몬제스트처럼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경험은 결국 우리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획득한다. 미셸린 셰프의 창작 요리에서부터 골목 어귀의 작은 식당, 그리고 집밥에 이르기까지 요리는 이탈리아인의 내일을 잇는 언어이고,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애정표현이기도 하다.

가장 소박한 오스텔리아의 향기로운 오일과 바실 한 잎 속에서도,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교감하고, 분주한 정찬보다 품안에서 뭉근히 머문 어머니의 수프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번 등재는 2013년 프랑스 요리, 2010년 지중해식 식단에 이어 또 하나의 ‘공동 식탁에 앉는 삶’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을 다시금 인정한 셈이다. 단순히 해외 미식문화에 대한 찬사가 아닌, 정체성과 소속감을 튼튼히 해주는 폭넓은 연대의 언어로서 평가받은 결정이다. 최근 몇 년, 이탈리아에서는 산업화와 관광수요 증가, 외식 패턴의 변화로 전통 음식문화가 적잖은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이런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공동체의 요리 방식과, 자연에 기반한 식재료 활용, 가족 중심 식사를 대를 이어 전승하는 이탈리아의 풍경을 높이 인정했다.

피렌체의 노을 아래 빠니니를 나누던 젊은 연인의 웃음에도, 밀라노 대성당 앞 가판대에서 팔던 젤라토에도, ‘이탈리아 요리’라는 이름은 단순히 치즈를 곁들인 파스타 이상의 것이었다. 이탈리아인들에게, 그리고 오늘 세계 사람들에게 이 등재는 ‘맛있는 식사’와 ‘좋은 삶’이 결국 맞닿아 있다는 오래된 믿음을 재확인한다.

한국의 식문화를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일상 속의 식탁이 가족을 잇고 이웃을 엮는 공동체의 공간임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프렌치 요리의 정제됨, 지중해식 식단의 건강함,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의 풍요로운 다양함이 모두 각자의 뿌리에서 피어났듯, 전통은 늘 변화를 견디며 그곳에 머문다. 앞으로의 이탈리아 식탁은 한층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 숙성된 연대감을 안길 것이다. 이 변화의 순간에 우리의 식탁도, 그 위의 대화와 온기 역시 무엇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광고]이탈리아 식탁의 빛,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오르다”에 대한 2개의 생각

  • 이제 피자도 세계유산이냐🤔 세상 참 편해졌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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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요리 무형유산 인정 진짜 의미있는 일ㅋㅋ 우리도 김치볶음밥 같은 게 이런 명예 누리면 얼마나 좋을지😆 식문화 자체가 보존될 수 있으면 최고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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