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조지 클루니에게도 찌질한 얼굴이, 영화 ‘제이 켈리’

조지 클루니의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하나의 시대적 은유를 떠올린다. 늘 윤곽이 또렷한 카리스마와 여유,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그려지는 은은한 미소 뒤편의 단단함. 그런 그에게서, 우리가 흔히 말해왔던 ‘찌질함’의 얼굴을 발견한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드라마다. 영화 ‘제이 켈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의 기대를 부드럽게 뒤엎는다. 제목에 쓰인 ‘찌질한 얼굴’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성의 단면을 꿰뚫는 힘을 지녔다.

붉은 조명이 스크린을 물들이는 초반, 클루니가 연기하는 ‘제이 켈리’는 화려한 영웅의 궤적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실수투성이 실패, 반복되는 우유부단함, 그리고 자신감이라곤 찾기 힘든 작은 몸짓. 관객은 그의 동요와 자책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영화 속에서라도 누군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해방감을 맛본다. ‘완벽한 아이콘’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 클루니를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관통하는 2시간 3분의 러닝타임에는, 일상과 판타지가 분절된 흔적들이 촘촘하다. 완벽과 실패가 엇갈리는 그 공간에서 영화는, 관습적 영웅 서사의 해체에 나선다.

‘제이 켈리’의 스토리는 복잡하거나 새롭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익숙함 위에 느리게 쌓아 올린 인물 드라마다. 가족의 기대에서 미끄러지는 주인공, 실패를 감싸주는 친구의 존재, 끝내 이루지 못하는 사랑까지.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를 마땅히 편안함으로만 소비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조지 클루니의 ‘찌질한 얼굴’은, 마치 빗속을 걷듯, 적당히 흐려지는 도시의 풍경과 닮아 있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미국 소도시의 아침 풍경이지만, 한겨울 출근길에 두 손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걷는 우리들의 어깨와 다르지 않다.

스크린 밖 할리우드라는 상징적 공간에서도, ‘완벽한 조지 클루니’ 이미지는 스스로에게도 멍에였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클루니는 “실패와 초라한 순간이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만든다”고 고백했다. 영화계는 이 고백을 일종의 성장 서사로 소비하려 애써왔지만, ‘제이 켈리’는 이를 단순한 영웅담으로 승화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영화관에서조차 자기 삶의 처연함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무 일찍 낙담하지 말라고, 실패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다고, 조지 클루니조차도 예외는 아니라고.

이야기의 전개는 자극적인 반전이나 통쾌한 복수 대신, 차분히 흘러간다. 잦은 멍한 표정, 어딘가 허둥대는 손짓, 이어지는 자조적인 농담. ‘나는 왜 이럴까’라는 주인공의 혼잣말은, 극장 안에 있는 우리 모두의 심정이 된다. 클루니의 연기는 ‘멋짐’과 차가운 ‘멍함’ 사이의 미묘한 진동을 오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낯설면서도 너무 익숙한’ 얼굴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길을 걷다 우연히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친근해진다.

외신과 평단 역시 이러한 클루니의 도전적인 연기 변신을 주목했다. Variety는 “찢긴 꿈을 담담히 수집하는 한 인간의 초상이 빛난다”고 평했고, The Guardian은 “더 이상 헐리우드의 절대 강자가 아닌 클루니의 모습에서 시대 흐름의 변화를 읽는다”고 썼다. 각종 시상식에서 화려한 조명보다 잔잔한 공감의 물결이 더 크게 요동친다. 최근 한국의 영화 팬덤에서도 ‘무너짐’이라는 테마, ‘진짜 어른의 불안’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펙터클과 미장센의 과잉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슬픈 광대’의 얼굴, 그것이 슈퍼스타 조지 클루니일 때 더 큰 반향을 불러온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찌질함’이라는 단어가 결코 무기력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결핍은 고요한 성장의 발판이 된다. 작은 용기 하나, 우스꽝스러운 실수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거대한 물살이 된다. 그런 면에서 ‘제이 켈리’는 각자 삶의 구석진 자리에서 겨우겨우 하루를 버텨내는 수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위안을 전한다. 때로 실패가 창피하지 않을뿐더러, 사랑에선 모든 게 서툴러도 괜찮다는 속삭임을 건넨다.

영화를 본 뒤, 한겨울 동틀 무렵의 슬픈 창가처럼, 뭔가 가슴 한자락이 서늘하게 저민다. 이유 없는 두려움, 기대 없는 감상, 수없이 반복되는 평범함 중에 묻혔던 내면의 진심이 영화의 조용한 엔딩 크레딧에 깃든다. 조지 클루니도, 당신도, 나도 어쩌면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음을 알아버린 순간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그 영화 어때] 조지 클루니에게도 찌질한 얼굴이, 영화 ‘제이 켈리’”에 대한 6개의 생각

  • 클루니도 이제 퇴근하고 치킨 먹으면서 넷플 좀 하겠지…괜히 인간적으로 느껴지긴 하네ㅋㅋ

    댓글달기
  • fox_necessitatibus

    ㅋㅋ 역시 인생은 안 되는게 더 많지…보고싶다

    댓글달기
  • 클루니도 사람이라닠ㅋㅋ 갑자기 친근감 상승~

    댓글달기
  • 조지 클루니의 새로운 시도군요… 기대됩니다.

    댓글달기
  • 공감각 쩐다🤔 저런 연기도 되다니;; 충격임…

    댓글달기
  • 이젠 캐릭터도 인간미가 트렌드인가봐요!! 그럼에도 클루니는 클루니다…🙃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